
기준치: | 60/30/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2, 38, 2 |
+2: | 극단적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30
40





50

기준치: | 60/30/12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뭔가 잘못됐어.” 뭐가?“나 신병에 들린 것 같아.”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개소리람.금호는 가타부타 설명하는 대신 주방으로 걸어가 식칼을 꺼냅니다. 어젯밤 닭고기를 저미던 날이 새파랗게 빛나고, 찰나의 눈부심을 끝으로 산 사람의 목덜미를 향해 수직 낙하합니다.
자고로 답은 문제 뒤에 숨고 범인은 사건 현장으로 돌아오는 법. 금호와 여러분들은 영문 모를 신의 심통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로 향합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 돌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도로에 더듬더듬 솟아난 귤나무.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게이트를 벗어납니다.
금강저를 찾고, 금호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핑계로 출장 경비까지 타냈으니 합법적인 땡땡이, 아니, 출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따라 렌터카가 잽싸게 달려 나갑니다. 두 사람의 목적지는 크게 세 곳입니다.
사건 발생지 색달해변, 금강저의 마지막 흔적을 확인했던 선임교, 서귀포 매일 올레 시장에 숨겨진 관리국 역참입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기쁘다는 인사지 (^^)






?










두고갑니다.







주상절리 절벽에서 쏟아지는 천제연폭포는 하늘나라 일곱 선녀가 몸단장하러 들르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녹음을 가르고 떨어지는 폭포수는 바다와 다른 경치를 선사합니다. 어찌나 물이 맑고 찬지 백중과 처서에 이 물을 맞으면 모든 병이 씻은 듯이 낫는다는 소문도 허튼 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근데 좀 위험하긴 할 것 같네요.
크기를 보니까...

일단, 손만 담그는 건...














금호가 아리송한 얼굴로 코끝을 찡긋거리는 꼴이 열심히 먹이를 찾는 ‘개’ 같습니다.






그냥 대놓고 말하는구나



코 끝 움직이는 게 개같길래




나중에 할아버지 보시면 혼나시겠네요







일단은 가보자
따라와-











(따라가기..)
다리를 올라가자, 난데없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축축해...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선임교와 그 일대 강을 타고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급하게 천제루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관광객들의 자잘한 원성이 들리네요.

당신들 스승님께 내력 쓰는 법 못 배우셨습니까?



신기해.




















후하... ?








...
음...










비가 그칠 기미가 없어 관광객의 발걸음은 전망대에 묶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장사꾼들은 코코넛이며 파인애플 꼬치, 아몬드, 소시지 등 자잘한 먹을 거리를 권하느라 부지런히 돌아다닙니다.








사줘.





네.

관광객: 요 며칠 내내 비네...




관광객: 그냥 돌아갈까? 오늘은 날이 아닌가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가뜩이나 높은 다리는 빗물이 죽죽 흘러내려 오르기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다간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딱 좋을 겁니다. 우리의 조사에도 차질이 생길지도?






금호가 고개를 내젓습니다. 산천신은 부정을 경계하는 신격입니다만...
금강저의 흔적을 전부 씻어낼 요량으로 세차게 물을 부어대고 있는 것 같네요.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의식을 지내거나 경문을 외우거나.



사실 둘 다 해야 하긴 하지만... 누가 할지 정해보죠.


거기서 거기죠.












비가 그치고 날이 쾌청하기를 비는 제사입니다.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저희는 약식이니 돼지고기를 바치고 붉은 종이에 경문을 적어 태우기만 하면 되는 거죠.

소시지?
붉은 종이나 부적이야 우리의 품에 넣고 다니는 것이라 문제는 없습니다만...



돼지고기는 어떻게 구하죠?
이 말을 하기도 전에 준성이 소시지를 생각해냅니다.
너 정말 대단하구나
칭찬칭찬





그렇다면 누가 사러 갈까요?







준성 제외 활동 중단

이동합니다.
터벅터벅.... 노점에서 판매하는 소시지를 구하기 위해서 당신은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가는 중 지루함에 지친 아이가 아버지의 팔에 매달려 말하는 이야기가 들리네요.
아이: 아빠아~! 나 소시지, 소시지 사줘!
아버지: 아잇,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금방 사줄게!

...
저 모습...
왠지 익숙하지 않나요?

기준치: | 65/32/13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긁적;;;)
아쉽게도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봐줘
키퍼 안 한다?
나 나간다?
판정해

기준치: | 65/32/13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아니 머리가;;;)

기준치: | 75/37/15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그래요.
그리운 모습입니다.
그 친구가 나이가 들었다면 저런 모습이었을까요?

착각...이겠지
나이가 들고, 가족을 만들고, 자식과 함께 나들이를 왔다면 분명 저런 모습이겠죠.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우리는 압니다.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라고.
그러나 조금의 희망은 가져봅니다.
사람의 영혼은 윤회를 거듭하여 환생을 하기 마련.
언젠가 태어날 그 친구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힘내야지...
(마른세수)
???: 사람은 언제나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그렇다면, 죽음으로 향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
노점에 도착!
소시지를 구매합시다!

저 소시지... 7개랑 파인애플 꼬치 주시겠습니까?
상점주인: 네~ 지금 준비해드릴겠습니다.
상점 주인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소시지 7개와 파인애플 꼬치 1개
가볍게 결제를 끝내고 내려갑니다.
다행히 노점에서 판매하는 소시지는 돼지고기 함량이 59%!

진짜 소시지네요.

전원 활동 재개








하나씩 드시고










쟤 안 먹는데






안 먹는다며







난... 폭해.................








드시고 말하세요
드시고
;;





















한 입 먹던가
한입만







야
뭐였냐






좋. 네요





(준이 머리 깡)
미쳣네










애야





















(*발!!!)
됐어












유치하군요.

미쳤냐

(복닥복닥)








사람을















조!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요?

아담!


죄송

아까 가기 전까지만 해도 아담이었던 거 같은데
맞죠?
놀래라~
그럼 아담 시작해봅시다.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소시지를 한 토막 잘라 산등성이 아래로 고수레하고, 경면주사를 먹인 붉은 종이를 태웁니다.
태우기 전, 경문을 적는 것을 잊지마시고요.
하지만!
경문에 대해 모를 아담을 위해, 금호가 경문을 적은 붉은 종이를 준비해뒀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조용히 햇
무언가 결여의 입을 때리는 느낌입니다.
좋아요, 시작합니다!

훙

이제 다음을 해봅시다.
금호를 바라보자면, 금호가 뜻을 알아차리고 바로 붉은 종이를 건넵니다.
종이는...
매우 뽀송했습니다.
비에 안 닿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뽀송뽀송하게 가~
뽀송뽀송
오늘은 뽀송하게 가~
네

기준치: | 20/10/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ㅋ

관광객: 산에서 불장난 하는 거 아녀!

어느 등산복을 입은 어르신이 말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젊은 커플이 고개를 맞대고...
커플: 뭐야, 지금 산에 쓰레기 버린 거야...?
헐, 요즘도 저런 사람이 있네....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금호가 무언가 중얼 거립니다.
그 중얼거림이 끝나자, 사람들은 뭐에 홀린 듯 이 곳에서 벗어납니다.



종이가 탈 동안 당신은 이리 말하게 됩니다.
아담: 그대 대용왕이여, 이토록 간청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해서로구나. 그러므로 이제 잘 듣고 자세히 들어라. 옛날 저 대비운생여래에게 들었던 위신력의 가호를 수순해서 내가 마땅히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미래세에 가뭄 들면 비 내리고 홍수 나면 그치게 하며 기근과 질병의 창궐을 제거할 것이다. 모든 용에게 널리 고하여 알게 하고 다시 모든 천신이 뛸 듯이 기쁘게 하여 모든 마군을 흩어지게 하고 중생들을 안온하게 하리라. 바라차 붇다남 마뎨 마하반리자 바 라 밀뎨사바하.
이걸 진짜 읽네
기청제가 끝나자, 하늘 서쪽부터 서서히 해가 들기 시작합니다.

우중충하게 펼쳐졌던 비구름이 흩어지고 뽀얀 햇살이 내리쬡니다.
전원 행동 재개.

소시지...

(머리카락 바삭해지기...)
(촉촉바삭)

화려한 단청 속 일곱 선녀도 방긋 웃는 듯 보입니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던 비가 단숨에 멎으니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돌아봅니다.

까닭은 모르겠으나, 운은 좋닸다. 그리 여기는 것 같습니다.




관광객: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었나?

관광객: 소나기치고는 장하던데, 의외네.
거봐, 일기예보에는 오늘 종일 맑다고 했다니까?


웃고 떠들며 선임교를 향해 흩어지는 사람들.
그리고...

별로
그냥 물어본 거야









백현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주변을 둘러봅니다.
혹여나, 그때처럼
친구
를 잃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선임교로 향하는 인파 첫머리에서 금호를 발견했습니다. 언제 저기까지 갔지?

천제루 계단을 전부 내려간 금호는 젖은 길에도 선임교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따라가나요?






모두가 그를 따라갑니다.
선임교를 향해 달려가는 얼굴은 초조함으로 일그러져 있습니다. 사천차사로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일까요?
아니면...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저건, 오히려...

기준치: | 10/5/2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그래요, 저건.
환희로 물든 사람의 얼굴입니다.
선녀가 조각된 거대한 오작교, 둥글게 올라가는 경사, 붉은 프레임 위에 놓인 춤추는 선녀의 머리.
정확히 다리 중앙에 도착했을 때.
금호는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
.
.
깊은 숲속에 폭포 소리보다 거대한 외마디 비명이 울려퍼집니다.



?

메아리는 모든 비명을 돌림노래처럼 반복하기 바쁘게 숲 곳곳으로 퍼뜨립니다.


공포에 질린 산새들이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우리들은 천제루에 서서 모든 광경을 황망히 내려다봅니다.







서둘러 난림대 아래로 내려가면 무성히 자라난 나무로 시야가 번잡합니다.

피냄새는 자욱한데 동서남북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준치: | 10/5/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0/20/8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10/5/2 |
굴림: | 97 |
판정결과: | 대실패 |

기준치: | 10/5/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10/5/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10/5/2 |
굴림: | 40 |
판정결과: | 실패 |
준 봐드림
곽태후
당신은 어느 한 산토끼를 마주합니다.
천신이 보낸 길잡이.
본능적으로 그것을 따라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따라가나요?

좋습니다.
이번에는 구해야죠.
우리 모두 향합니다.
곽태후를 선두로 모두가 뒤로 따라가, 깊은 곳으로 굽이굽이 나지도 않은 길을 밟아 들어가면...
계곡 바위 틈새에 걸려있는 금호가 보입니다.





재수 없게 머리부터 떨어졌는지 얼굴은 온통 곤죽이 되어 있고 네 개의 팔다리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꺽여 있습니다.








근처 바위며 흙에서는 비린내가 진동합니다. 사인검은 계곡에 빠져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달그락거리고 있습니다.




검호가
누
구?



준성과 아담이 금호를 내려줍니다.
몸은 힘 없이 추욱 늘어져 있습니다.

진정 죽음이었다면 시체조차 온전치 못한 악상을 치러야 했을 겁니다.

일단, 해주는 게 살아나기도 편하겠죠...?
참혹한 광경을 보게 된 탐사자.

기준치: | 66/33/13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40/20/8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실패한 결여 이성 - 3
아담의 품에 안겨 잇는 금호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조금의 어눌한 말투.




그럼에도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똑바로 말합니다.

이번에는 할 일이 많습니다.
피범벅으로 ㅁ우개진 얼굴을 씻기고, 어긋난 관절 위치를 바로 잡고, 잃어버린 치아도 찾아서 꽂아줘야 합니다.


대개는 쉽게 낫지만 어디에 꿰뚫린 건지, 뻥 뚫린 옆구리의 상처는 흩어진 살점을 찾지 못해 다소 비어 있는 거 같습니다만...




이네 살점들은 다시 재생하며 이어 붙습니다.
















보기보다 치아를 찾는 것은 쉬웠습니다.

아.
이가 없구나


(결여 빤히 봄...)

그리 많은 치아가 빠진 것이 아닌지라, 풀뿌리에 걸린 송곳니만 보였습니다.

?

반대로...?

결여씨!


오도독....

뼈가 잘 맞춰집니다.
치아를 찾아, 맞춰 끼우고.
관절 또한 맞춰 끼운다면...


금호가 혀로 입안을 더듬어 봅니다.

편리해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끔찍한 상태에 비해 멀끔한 얼굴입니다.



아플텐데.
물에 젖은 사인검을 챙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주워 허리춤에 찹니다.


아픔은 잘 모르겠습니다.
몸은 괜찮습니다.

빙구네

라고 아까 이성 실패한 사람이 말한다.

ㅋ




아버지는 너 좋아하던데




저도 나름대로 최대한 자제한 겁니다.






하하.

수갑 한 번 묶어볼까

있어?





ㅋ

뒤로 뒤로
빽



딱히 다른 곳 갈 생각도 없고

그거라도 좀 묶어놓을까

우리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
신체는 회복 되었음에도 이미 흘린 피 때문인지, 창백한 안색을 띄우고 있던 금호가 비틀 거립니다.
아,
이 또한...
익숙한 광경 아니던가요?


정말 괜찮겠어?
곽태후의 도움으로 금호가 자세를 유지합니다만.

눈의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은 듯 싶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부축은 필수, 불가결해 보이네요.

절뚝거리며 움직이는 발.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시선.
그때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처럼 보입니다.


...?






오늘의 노래



빅스의 사슬








노출증?















일은 해야하니까.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

웅웅.... 무언가 진동으로 인해 나는 소리입니다.





구조 헬기가 도착한 거 같습니다만...



숨어야됨
(ㅌㅌ)



민간인들에게 이 상황을 들켰다간 목격자들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관리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할테고.


그렇게 되면 혹독한 징계와 감봉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럴 때 해결책은 단 하나!



빠른 걸음으로 선임교 아래를 벗어납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구조 대상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가 돌아갑니다.
이 추락 사건은.... 괴담이 될 거 같네요.

남은 구역은 사건 발생지 색달해변, 서귀포 매일올레 시장에 숨겨진 관리국 역참 입니다.

가볼까요...





(백현이 빤...)





(도망칠 궁리 중.)



우리 모두 색달해변으로 향합니다.











진짜




저저
씨발
내 옷







색달해변은 활처럼 굽은 모래사장이 유달리 아름다운 곳입니다. 흑색, 회색, 적색, 백색.

개판이네.

죽었어?


야야??/

네가지의 모래가 뒤섞여 햇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물들곤 합니다.



아직 겨울의 찬기가 가시지 않아 사람 발길은 뜸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고즈넉한 운치가 있습니다.


금호가 모래 산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경계, 바다가 잘 보이는 즈음에 주저 앉습니다.






아는 것이 없는 자의 회상에는 맥아리가 없습니다.

















머리 돌아가는 게 어떻게 저렇게 일정하지?







(평소와 달리 온기가 없습니다.)

도망가면 알아서 잡든 할게





그는 우리와 동문이자 선배입니다. 우리가 스승님에게 혼났을 때 항상 위로해주었던 것은 그였습니다.
그때의 온기는 어디에 간 것인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너
바다를 둘러보고 산등성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바다를 좀 둘러볼까요

아아
네





네










어쩔 수 없죠..









너가 도둑 시키지




아니 일부터 하라고 이 사람들아.




말 많네













나눠질까요?
타임라인을 구분합니다.
바다조 시작합니다.
새파란 소금물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청명하고 냉랭합니다. 얼음물이나 다름 없으니, 몸을 담그는 건 무리입니다.
새로운 물이 끊임없이 들고 나는 곳이니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만,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겠죠.
물은 한 방울 한 방울 개체이면서 동시에 바다라는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물의 기억을 읽는다면 추적 판정합니다.
성공한 경우, 물결에 걸린 과거 진상을 골라낼 수 있을 거 같네요.
해볼까요?

( 해봅니다. )

(해봅니다..)
곽태후, 눈을 감습니다. 바닷물에 손을 넣고 머리 속으로 생각을 이어갑니다. 분명, 기억에 있습니다. 이 방법에 대해.
희미한 기억 속 한가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기억해요.
무언가의 기억을 읽기 위해선 그것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것에는 자아가 존재하고 생명이 존재하니까요.
특히 물과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확고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바다는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거대한 흐름을 찾고자 한다면 바다에 손을 넣으세요.
그 말과 함께 당신은 바다에게 빠져듭니다.
.
.
.
백현, 눈을 감습니다. 바닷물에 손을 넣고 머리 속으로 생각을 이어갑니다. 분명, 기억에 있습니다. 이 방법에 대해.
???: 물건에 대한 기억이요? 어렵지 않아요!
마음을 이해하시면 됩니다. 물건이 오래 지나게 된다면 힘을 품어요.
그 힘은 각기 다른 효과를 갖고 있고, 가끔가다 그것이 형성화 되며 흔히 말하는 도깨비가 태어난답니다.
확고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하고은: 그러니 명심해요.
물은 모든 생물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기억해요.
거대한 흐름을 찾고자 한다면 바다에 손을 넣고 흐름을 잡으세요.
그 말과 함께 당신은 바다에게 빠져듭니다.
.
.
.
해변조로 시작합니다.
당신은 어째서 바다로 향하지 않았나요?
당신은 어째서 여기에 남았나요.
당신은 어째서...

(복닥복닥)

괜찮습니까?

이제와서?
알잖아.
넌 가장 소중한 사람 하나 구해내지 못했어.
이제와서 그 인연을 잡기엔 너무 늦지 않았어?
넌 생각했지.
그 날이었어.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 아이가 당신 앞에 나타났고 환하게 웃어주었지.
처음에는 딸처럼 바라봤어.
하지만 차근차근... 점점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한 거야.
자신의 아내처럼, 그리고 바라봐야만 했어. 또다시 피를 흘리는 모습을.
그때의 넌 어땠지?

어린 소녀는 피를 토하면서도 거대한 파편을 갈라내었어.
그래.
하지만 넌 어떻게 했지?
스스로 대답해보렴.
너의 아내의 마지막을 어떻게 했지?
내가 대신 대답할까?
아담: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어...
그래서.....
내가........
생명 유지 장치를...
껐어...
하지만 그럴 수 있어.
아픈 사람이 원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런 사람들은 많아.
하지만 넌 바라봐야 했어.
그런 자신과 달리.
기어코 죽어가던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를 살려낸 신그릇의 남자를.
그리고 비교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음을 줘야했던 자신과.
무언가를 도전하고 삶을 쥐어주었던 남자를.
그렇게 넌 자괴감에 빠졌지.
늘 먹고 잤던 수면제의 양이 늘었지만 깊게 잠들지는 못했어. 피가 묻지 않앗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그녀의 옷을 세탁했지.
꺼내두었던 사진 속 아내가 검은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모든 사진을 넣어 두었어.
왜?
아내는 말했어.
사랑은 말했어
심장은 말했어
이브: 살고 싶었어...
손을 봐, 아담.
네 손에 들린 검붉은 선악과의 안은 썩어 문드러져 있어.
그리고 그것을 먹어버린 너의 이브는 어떻게 되었지?
이브: 살...ㄹ...ㅕ...............
산소 호흡기도 이제 작동하지 않아.
링거의 연결줄에 약은 더이상 흐르지 않아.
계속되던 각혈로 꽂아 놓았던 혈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밖에는 비만이 너를 바라보며.
별들이 너를 지켜보고.
신이 너의 죄악을 바라봐.
...
..
.
그 일 이후로 너는 보이면 안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어.
흐릿하게 형체만 보이던 것이 매우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지.
근데.
있잖아.
그,거.
사람 맞, 아?
본래의 너라면 밖에서 티를 내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피를 흘리는 귀신이 지금도 네 뒤에 서 있어.
너의어깨에손을올리고기괴할정도로거대한것이너의머리위에서기다란머리카락을내리며바라보고있어그것은외치고있어.
...
그 날 이후로 넌 눈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어.
그리고 시작했지.
네 가려진 눈동자.
이제 밝혀보는 건 어때?

선택지는 없어.
운명은 언제나 잔인해.
그렇기에 난.
그렇기에 우리는.
그렇기에 하늘은.
천안이야! 귀신을 볼 수 있는 눈!
그것으로 귀신의 생각과 삶을 들어다 볼 수 있어. 천운이야!
하지만 넌 아니지.
너무나 힘들었어. 그것이 강제로 너에게 귀신을 보여주고 현실을 마주하게 하니까.
그래서 외면했어.
그래서 도망쳤어.
그래서....

그 소리들이 들려.
벽을 누군가가 손톱으로 까득 긁어대고.
귀가에 비명을 질러.
너는 그렇게 현관문 안쪽에 부적이랑 십자가들을 박아 넣었어.
그때 네가 뭐라 했더라?
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그랬어요제가했어요제가외면했어요죄송해요죄송해요
...
..
.
어때 준성?
너는 그 일 이후로 좀 더 책임감이 막중해졌지.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우려 했어.
자기 몸을 갈기 시작했지.
평소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번에도 누군가를 도우기 위해.
너는...
자, 너는 지금도 어떤 선택을 할까.
내가 맞춰볼까?

그럼에도 내가 얘네를 보살펴야해.
나는...
그 친구처럼 되고 싶으니까.
하지만 너는 어느 순간, 그런 자신의 행동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어.
네 신념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
금은 천천히 너의 신념을 조각내었어.
그리고 너는 어느 날 다친 고양이를 쫓아가다 차사가 되었지.
그때 네가 어떤 생각을 했지?
김준성: 이것이 죄이기에... 나는 차사가 됐구나...
어때?
바다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품어.
바다는 차가우면서도 따뜻해.
바다는 너희들을 언제나 바라보고 있어.
그렇기에 알 수 있는 거야.
그렇기에 볼 수 있는 거야.
그렇기에...
파사의 명을 받았음에도 차사의 명을 이루지 못한 당신에게 무얼 말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해내야 합니다.
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는 호소해도 소용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해야 할 일으 하세요.
선함이란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릅니다. 당신의 선함은 처음에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 되었으나,
지금은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죠.
당신은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살아갑니다.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잔혹합니다. 당신이 하지 못했던 것을 누군가는 간단하게 해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봐야하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해 놓쳐버린 인연을
다시 손에 쥐기 위해서 말이죠.
김준성, 아담, 준
...
..
.
결여.
당신은 금호와 함께 어느 곳을 향합니다.
산둥성이, 네 그곳으로 향합니다.

해변을 둘러싼 산등성이는 짙은 색 나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잇습니다. 들어선 호텔이 산책로를 정비해 두었는지 딱히 오래된 나무도 없고 숲을 뛰노는 바람도 활달하기만 합니다.
모양새도 나쁘지 않고 기운도 탁하지 않고. 하긴, 툭하면 인간이 드나드는 숲에는 영험한 기운이 깃들기 어려운 법이죠.
그래도 어떤 나무 한 그루 정도는 목격자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아 죄송.
결여.




기준치: | 10/5/2 |
굴림: | 33 |
판정결과: | 실패 |
(한번더?)
결여, 백현, 태후 기억을 펼쳐냅니다.
시간대를 수정합니다.
깜빡.
눈을 감았다가 뜨면 우리들의 영혼은 어느 밤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해가 지고 달이 뜨며 현재는 미래가 되고 과거야말로 현재가 됩니다.
모래 언덕 중턱에 널브러진 금호가 보입니다.
이건...
'그날의 금호' 입니다.
곶 제게 닥칠 일을 모르는 건지 금호는 태평하기만 합니다.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숨을 들이키고 내쉽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자 한 명이.
???: 뭘 그리 고민이 많은 얼굴을 하고 있어?

???: 하하! 그렇게 보여도 다들 착한 애들이라고?

???: 그런가?

선배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잖아요?
하고은: 음? 그런가?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하고은: 하하,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마. 넌 항상 그래서 스승님께 혼났잖니?
이번 일도 잘 마무리하고 오렴.

고은의 쓰다듬을 받고서는 고은은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파도치는 소리가 무성한 가운데, 뒤편 나무 그림자가 바스락 바스락 흔들립니다.
여태 그랬듯 달리 삿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는지 금호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무언가가 풀숲에서 뛰어나옵니다.
당신들은 그 찰나에 뛰어든 것을 목격합니다.
흰빛, 유성처럼 꼬리를 매단 길쭉한 형체, 담백한 단향을 풍기는...
금호는 그대로 모래사장에 굴러 떨어지며 한참 목과 가슴께를 부여잡고 켁켁 거립니다.
볼썽 사나운 소리와 함께 과거에서 쫓겨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 순간, 모래 언덕 위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
???: "안됐지만,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이니까."
누구의...?
휘리릭. 주둥이가 좁은 호리병 속으로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불분명한 감각과 함께 우리들은 정신을 차립니다.
결여.
희미한 정신 속 누군가 등을 퍽 때립니다.

뭐 좀 알아내셨습니까?

(머리를 긁적..) 잘 모르겠는데 너 죽는다는데?
아닌가 누가 죽는데






막
이씨..


그 말을 끝으로 해변가로 향합니다.
우리 모두가 해변가로 향해 도착합니다.
우리가 모두 모였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전원 행동 재개.










그렇대요.

예, 뭐...

뭐라고 해야할지.


“뭔가 잘못됐어.” 뭐가?“나 신병에 들린 것 같아.”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개소리람.금호는 가타부타 설명하는 대신 주방으로 걸어가 식칼을 꺼냅니다. 어젯밤 닭고기를 저미던 날이 새파랗게 빛나고, 찰나의 눈부심을 끝으로 산 사람의 목덜미를 향해 수직 낙하합니다.
시간대를 수정합니다.
...
..
.
조정 완료.
별자리가 움직입니다.
전원 활동 재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요.

(기억 흐릿)



바다의 이야기를 펼쳐본 탐사자 백현, 곽태후, 결여

기준치: | 10/5/2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0/20/8 |
굴림: | 2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10/5/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실패 |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요괴나, 도깨비불 같은.. 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음, 그냥 말 그대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존재.
제가 설명을 잘 못해서, 죄송합니다.

태후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그것은 정말 묘한 존재였습니다. 혼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으나, 형태만 따진다면 여우나 족제비에 가깝다고 하네요.

그랬어요.






본적하지마










조리도 안 하고?




아니요









역참이ㅇㅅ



태후 혀 괜찮아?





아니구나...
안 괜찮구나...

하지만 어쩌겠어.

그러려니 하자.

일단...갑시다

그럼 모두 관리국 역참으로 갈까요?

슈웅~

조용히 해

우리애가 대답하겠다잖아

중문에서 서귀포까지는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했습니다.
금호가 운전자석을 잡고, 자연스레 걸여가 조수석에 앉게 되었죠.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공영주차장에서 겨우 자리를 찾아 차를 대고 나오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장에 도착합니다.
어슥어슥 노울이 내리는데도 골목골목마다 관광객과 동네 주민들로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창 제철을 맞은 귤이며 한라봉, 황금향, 홍매향 등 노오란 만감류의 시트러스 향기가 산뜻하게 코끝을 스칩니다.
마치 like 17의 12번째 같은 과일들이...
우리는 여기에서 갈 수 있는 곳은
끼니를 챙기기 위한 식당거리, 역참에 들르려면 공방 거리로 가면 됩니다.

다들 배고프신가요?










금호는 눈만 꿈뻑입니다.















그럼 식당거리로 이동합니다.
식당조부터 시작합니다.
사이좋게 달라붙은 네모난 가게들은 온갖 먹거리를 내놓고 팔고 있습니다.






매콤달콤한 소스를 듬뿍 뿌린 흑돼지 꼬치구이부터 꽁치 한 마리를 통째로 말아버린 꽁치 김밥, 기름진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통통한 오징어 꼬치.
귤 반죽과 커스터드 크림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 귤하르방 빵!

(카드 꺼내기)
고물로 우둘투둘 오메기떡과 바삭바삭 소리를 내는 대게 다리 튀김까지~!


봐줄게






하나씩 먹을 것을 구매하면 가게 주인 분들은 인심 좋게 무언가 하나씩 더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건...
역시 귤이네요.
생주황색의 때깔 좋은 귤






너 왜 금호만 챙겨












아앙ㄱ
미쳤네
그냥 입에
평소에 금호였다면 음식은 가리지 않았습니다. 주면 더 먹었겠지, 거절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런 금호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금호씨 빤...)
한참을 그러고 바라보고 있었을 때 무언가를 발견하고서는


주어를 붙여
드물게 반짝거리는 눈동자는 낡은 횟집 간판을 향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간판 아래. 요리사가 날생선을 탁, 탁탁탁, 탁! 경쾌하게 '회칼을 휘두르는 모습'에....
저 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뻔합니다.





(회 포장해옵니다.)







(결여 말림)


초장 듬뿍
찍어서주라

금호는 송장처럼 거무죽죽한 안색으로도 여전히 먹는 것에는 의욕을 보이지 않습니다만, 회를 넣어주니 잘만 먹네요.

허? 아후 배헤지하불허서



(순간 고민)
안... 되죠 아무래도












참아요, 끝나고 사줄테니까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는 금호는 당신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공방거리로 이동합니다.
공방조 등장!


짠?
한라봉 모자, 돌하르방 인형, 바다를 담은 캔들, 제주도 곳곳의 풍경이 그려진 엽서와 땅콩 모양 자석!





어딜 가든 뻔한 물건들이 가득한가 하면 드문드문 색색의 원석을 꿰어 만든 장신구나 직접 짠 뜨개 인형, 드림캐처를 걸어놓은 수제 공방도 있습니다.
나도 사줘.

필요 없습니다.


빼곡한 골목을 돌고 돌아 인적이 드문 샛길로 빠지면 기둥 뒤에 숨은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누구도 눈길 한 번 두지 않는 전당포.

여기가 바로 서천서역관리국의 역참입니다.

'휴업 중' 팻말이 걸려 있지만, 어차피 다 보여주기식입니다. 무시하고 문을 열어볼까요?





발로 차보죠 그럼?
왜...?

난폭해............






문을 열어보자면....

어두컴컴한 창고가 드러납니다.




그리 외치고 사인검으로 문 안쪽으로 두들기면...
깜빡, 깜빡, 깜빡.
저 안쪽에서부터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환해진 내부는 조금 전과 딴판 별세계입니다.
매화가 핀 회색 실크 벽지와 규칙적인 무늬가 맞물린 마룻바닥.


천장에서부터 흘러내린 족자에는 수려한 여인의 옆모습이 그려져 있고 암녹색 벨벳 소파 옆에는 갓을 쓴 전등이 의젓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철 맞춰 동백을 꽂아둔 화병은 둥근 곡선과 곧은 직선이 절묘하게 이어집니다.
손에 잡힐 듯 은은한 향내까지,
누군가 공들여 관리한 티가 납니다.





???: 뭘 그리 바라보고 있어?




???: 놀래라...

???: 주인이라?
익숙한 모습.
검은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트려져서.

올곧은 눈동자는 당신들을 바라봅니다.








생각해보니 아까 그 세파세와 사인검으로 두들기는 소리, 그건 그녀로부터 시작된 소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네가 중문 별관에는 웬일이냐?"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

계산대를 차지한 노인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아는 체해옵니다.

인두겁을 쓰고 있는 것인지 그 실체는 아주 오래된....

성주신.
관리국의 중문 역참을 담당하고 있는 성주신 입니다.

이름이랄 건 달리 없어 성주신, 성주님으로 불리는 듯 싶었죠.







아흐헤혀


성주신: 다른 건 몰라도 너는 왜 여기에 왔느냐?
성주신은 고은을 가르킵니다.

고은은 옛날과 다르게 웃으며 성주신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애들을 볼 줄 몰랐죠.
성주신: 아는 애들이더냐?

고은은 성주신의 말에 옅게 웃습니다.



성주신: 그래... 그렇구나...

고은은 등 뒤에서, 어느 거울 하나를 꺼냅니다. 그 거울 속에는 금호가...
그리고 그 옆에서 밥을 먹는 애들이 보이네요.




성주신은 금호를 빤히 바라봅니다. 흠, 앓는 소리를 내며 금호를 들여다봅니다. 가느다랗게 접힌 시선이 이목구비를 순서대로 훑어보고.


성주신: 별 걱정할 건 없어 보인다. 험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정말 탈이 났더라면 저놈 돌보는 신이 진즉 사달을 냈겠지.

표정이 죽었어

아, 그러고보니.
이 기회에 금호의 상태에 대해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살 충동을... 느낀달까,
갑자기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지 않나.
그 말에 성주신은 더욱 이야기를 들으려 합니다.
성주신: 음? 그러기엔 멀쩡히 살아있지 않던가?

저희가 분명 다리 아래에서 망신창이가 된 모습을 봤는데,
끼우고.. 맞추니까
다시 일어나셨어요.
성주신: 그렇게 대단한 기세가 있지도 않은데, 산 몸을 제멋대로 움직인다고?
성주신이 고은에게 눈치를 주니, 고은이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눈을 감고 금호와 같은 분위기로 변합니다.

그와 동시에 성주신은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고은의 맥을 짚어 봅니다.
성주신: 이건....



늙은 얼굴에 파문이 입니다. 다시 확하려는 것처럼 몇 번이고 손목을 고쳐 쥐던 성주신이 뜨악한 처방을 내리는 듯 싶습니다...
성주신: 태기가 있구나.



태...기...?
성주신: 일단 진정해라. 진짜 애를 뱄다는 게 아니라 어린 맥이 잡힌단 뜻이니까.



성주신: 그 애 안에 든 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거나...
미처 자라기 전에 죽은 것인 모양이야.







고은은 백현의 손을 잡고는 눈을 감고 기억을 읽습니다.



눈을 뜬 고은은 백현의 손을 잡은 채, 성주신에게 기억을 전달합니다.
성주신: 허옇다니 동물의 혼일 수도 있겠구나.
어차피 책장들 뒤지러 온 게지? 세 번째 서고로 가봐라. 거기가 제일 쓸 만할 거야.
성주신은 귀찮은 파리를 내쫓듯 손을 훠이훠이 젓습니다.








( 백현이 툭툭 침. )
























(....모릅니다.)





고은은 그렇게 당신들의 옆자리를 교차해 지나갑니다.
매화가 피어, 바닥에는 붉은 매화 잎이 떨어진 길 위를 걸어갑니다.
처음 봤을 때의 그녀는 어땠었나요.
작고 힘이 없었던 존재였던 그녀가 이제는 당당히 허리를 펴 당차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상급차사가 된 그녀는 우리가 눈을 감았다 뜨자 사라져있습니다.
책장으로 향합니다.
이걸 언제 다 읽는담. 책으로 쌓은 산을 보자 단번에 기가 꺾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과 미처 자라기 전에 죽은 것을 주제로 서책들을 뒤지면 아래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겠죠.
볼 사람!


그래


너희 둘 당첨

(*?)





금호의 증상과 일치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게다가 태후가 말했던 흰 덩어리... 털 짐승에 가까웠죠. 요괴나 각혼으로 추정해야 할 거 같습니다.
빼곡한 산해경이 앞에 있네요.
이번에는 누가 읽어볼까요?


보나요?

옳지.




흠 흠.
역시 딱 이거다! 싶은 구절은 없네요.

그냥 짐승들에 대한 이야기네
첫번째거는 이 땅에서 멸종된 지 오래고, 두번째거는 일본에 사는 괴물이니 등장 확률이 희박하고...
그슨대, 귀수산, 귀태, 묘두사, 불가사리, 해대...
대체 어디에 적을 두고 조사를 해야 하는지. 안개 낀 것 처럼 첩첩한 상황은 막연하게만 느껴집니다.





우리가 이걸 보고 있을 떄
문을 열고 들어오는 4인방!
전원 활동 재개
마히어






























(빤히.....)

















어휴...........
그래요.





금쪽이 이러네








넣어줄게


드세요






많이 먹어요









우리가 이리 떠들고 있을 때, 금호는 골동품 사이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역사라 불러 마땅한 세월을 견뎌낸 골동품들은 청동과 구리, 순금과 순은으로 만들어진 귀한 보물입니다.



(쩝쩝쩝)
하나하나의 가치를 헤아릴 수 없고 신성하기는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새끼를 역방향으로 꼬아둔 금줄과 서낭당에 걸어두던 오색천이 그 위로 치렁치렁 늘어져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눈을 감았다 뜨면.
금호는 그새 구형 전화기 앞에 서 있습니다.

불에 탄 것인지 끝이 그을려져 있습니다.


아니..
원리는... 알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불이 날 수 있던가요?


야 수감자 도망갔다

정말?
좋아.

이상한 기미가 느껴집니다.



빤히 구형 전화기를 바라보는 금호.

무언가...
하려합니다.


그냥 잡아





기준치: | 60/30/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금호가 붙잡힙니다.
눈에는 초점이 없습니다.










준성을 바라보던 시선은 차갑게 내려앉습니다. 뺨을 맞아 고개가 돌아가고.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니면...


기준치: | 75/37/15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런 말만을 반복한 금호의 표정은 어떤가요.

이 모든 게 진절머리가 나, 금방이라도 죽고 싶어하는 사람의 표정입니다.


발음은 점점 뭉개져 애원이 아니라 주문처럼 들립니다.




어
정말?


봐줄게


^^

...
누구...한테...?


신인데 전화번호가 있음?
하늘에 전파가 통함...?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대항 성공
아담의 적잘한 힘 조절에 금호가 눈을 감고 앞으로 쓰러집니다.



한참 살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소강 상태가 찾아옵니다.


그걸 바라보고 있던 성주신이 한마디를 건넵니다.



성주신: 그러고보니 안 서방이 아픈 모양이던데.




성주신: 네 스승 말이다.

성주신: 안효례 그놈.


성주신: 도깨비불에 데어 열병이 장하다더니 벌써 달포나 칩거 중이야.
설마 모르고 있던 게냐? 쯧쯧, 무정한지고.






그러고보니 관리국 부장님도 같은 말을 했었죠. 병환이 심각하신가? 약한 소리를 앓는 분이라 뭘 알 수가 있어야지....

성주신: 모처럼 여까지 왔으니 병문안이나 들러봐라.


성주신: 병문안을 핑계로 들러보라는 거야. 혹시 아나, 그 녀석이라면 무슨 수를 찾아낼지. '이런 일'에는 삼척동자보다 아는 게 많은 게다.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오래도록 현장에 몸을 담았던 스승님이라면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아프시다고 하니 병문안하는 것이 제자 된 도리!

열병도 일종의 감기니 감귤주스라도 사서 갈까요?


(주섬주섬)
너
한국인 아니지?





나가라
근데 여기에서 문제
운전할 줄 아는 사람?


( 할 줄은.. 알아요 )
그렇다면 우리 모두 여기를 나가 자동차를 타고 나아갑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달리면 숲 터널을 빠져나와 탁 트인 바다가 열립니다.
저녁 빛에 거무죽죽하게 물든 바다는 끝이 없는 무한궤도처럼 펄쳐져 있습니다.
해안선을 스치던 시선이 문득 귀퉁이 어딘가에 닿습니다.
거기에는 등대 대신 고개를 푹 숙인 여자가 서 있습니다.
어두운 머리카락이 푹 쏟아져 얼굴과 목덜미를 온통 뒤덮고 낡은 잿빛 스웨터로 빼짝 마른 몸을 겨우 가린 여자가.
여자의 맨발은 성난 파도에 잠겨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날씨, 이 시간에 바다에 들어간다고?


















모두가 그사람에게 다가가려 하자 금호가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아담의 품에서 나와 허리춤에 있던 사인검으로 모두를 붙잡습니다.



다친 와중 갑자기 행동해서 그런지 입가에서 피가 흐릅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에도 놓여있지 않은 신발과 전혀 떨리지 않은 몸.












실핏줄이 다 터져 불그스름해진 눈은 홍채와 흰자위의 경계가 뭉그러져 초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죽은 눈이 집요하게.

우리의 혈색, 체온, 그림자를 핥아 먹습니다.

어서 가자.

그 말에 문득 고개를 돌려 금호를 바라본다면.
그러고보니 금호, 그 또한 내도록 죽고 싶어 안달이었던 주제에 색달해변에서만큼은 얌전했죠.
...
겨울 바다야말로 빠져 죽기









(차에 탑니따.)








모두가 차에 탑승하자, 금호가 사인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습니다.





으읍(닦인다.)






그 때는 왜 얌전히 계셨습니까?

별 생각이 들지 않아서...











다른 방향에서 이어지던 도로가 하나로 합쳐지고, 조금 앞선 곳에 트럭이 들어옵니다. 철근 가득 실은 화물차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차선을 빠듯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제대로 고정하셨겠지.
글쎄다.


내가 말했지.
운전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철근은 흘러내리기 시작하며.


아래로 쏟아집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 달달 떨면서 운전;;;)
다가오는 철근들을 피해갑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손 달달;;;;)


덜덜 떨리는 손을 꾸욱 잡고 다행히 차가 멀쩡히 습니다.


다행이네요.


일단 다시 출발할 수 있겠어요.









미안미안...
긴장해가지고...

다시 가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출발했습니다.
서귀포 칩실리 해안가.
안효례의 집은 절벽 아래 숨은 단출한 1층 주택.

파도 소리가 오가는 곳에 비스듬하게 숨겨둔 집은 길을 아는 이가 아니면 도착할 수 없겠죠.
정낭의 나무 기둥 세개가 모두 나란히 누워 있는 걸 보니 멀리 외출한 모양입니다.
열병에 걸려서 칩거 중이라더니?




바깥에서 빙 둘러보면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연락도 안 받으시는데 집에도 안 계신다니 곤란하네요...
그렇게 생각하던 중.
현관문이 아주, 아주 약간 열립니다.


틈새로 빼꼼 고개를 내민 건 어떤 소년입니다.





이제 겨우 예닐곱 살이나 먹었을가 싶은 어린 애


묘하게 낯이 익은데...


???: 스승님은 잠깐 나가셨어요.

???: 곧 돌아오실 때가 되긴 했는데.
흰 얼굴은 조용하고 수더분해 보입니다.



딱히...
스승님을 닮지도 않았는데.







의젓하게 문을 열어준 소년은 당신들을 안으로 들입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갖춘 현관을 지나면 작달 만한 주방이 딸린 거실과 방문 두 칸이 드러납니다.

두방을 종종거리던 소년이 딴에 손님 대접을 해보겠다고!
수선을 떱니다.

안을 둘러볼 수 있을 거 같네요.



거실에는 TV도 없이 휑하니 별 볼 게 없고.

(머리 쓰담)
닫힌 문 두개가 관건 입니다.

















똑똑.
그게 끝이야.
real


금호씨가 뭘 봐야 저희도 뭘 하죠.

끼이이익...




첫 번째 닫힌 문이 열립니다.



침대 하나와 옷장 하나가 전부인 단출한 방이라 볼 것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벽 안 쪽에 삼단 짜리 불단이 모셔져 있습니다.


무례한 거겠죠?




봐주시지 않을까요?



















(니다)
(불단)
불단은 구색만 갖춰둔 건지, 아니면 관리를 그만둔 건지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 있습니다.
향촉은 사르지 않은 지 오래라 차게 식었고, 액자는 거꾸로 쓰러졋습니다.


...
누군가의...
영정 사진이네요.
사진을 자세히 보니...
아.
저 아이와 닮아 보입니다.








(아이 빤히 봄...)
가만히 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금호가 아이의 양쪽 귀를 막아주고.) 아닙니다, 그거.
그리 말합니다.




형제죠.


다시 아이의 귀를 풀어주고 다시 대화를 시작합니다.


밖에 들리는 작은 금호의 웃음소리.
아이와 잘 놀아주고 있는 듯 싶습니다.


(고개를 돌려 침대를 본다)
이불 귀가 단정하게 맞물린 침대에는 사람이 누운 흔적이라곤 남아있지 않습니다. 베개를 들춰봐도 이불을 열어봐도 평범한 침대에 불과합니다.

(쉬고 싶어지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침대 밑에 무언가 보입니다.

그것을 꺼내보면 바닥 틈새에 끼어 있는 상자가 있네요.
열어볼까요?

봐도 되나..~?
두꺼운 종이 상자에는 빛바랜 사진 몇 장과 흰 봉투, 권총이 한 자루 들어 있습니다.

안... 보고.......?
그래라?
다음


표면에 검은 글씨로.




라고 쓰여있습니다.
안에는 편지 한 통이 달랑 들어 있습니다. 들쭉날쭉 제대로 휘갈긴 악필은 분명히...
누구...더라...


다른 걸 먼저 보고 오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빛바랜 사진들
관리국에 막 들어왔을 때, 갓 졸업햇을 때...
학창 시절이나 가족 관계를 유추할 만한 개인적인 사진은 전혀 없고 꾸준히 관리국과...
그래요.
스승님의 파트너가 보입니다.
마지막 사진을 뒤집으면 최호원과 안효례 사이에서 웃고 있는 어린 아이 한 명이 보입니다.
앳된 이목구비에서 어렵지 않게 방금 만난...
그 아이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호원에게 어린 동생이 있었다 했던가요?
그의 사후, 안효례가 거둔 모양입니다.
왜 그리 금호와 잘 지냈는지 알 수 있겠네요.

사진을 보고 다시 유서를 본다면.
이 건 최호원의 것입니다.





끝입니다.





이걸 네가 먼저 읽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니까. 그냥 속 편하게 미리 당부해 두려고. 만약 이 형님이 먼저 떠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아라. 너라면 냉담한 얼굴로 ‘어차피 둘 중 하나는 먼저 죽을 팔자였어.’ 말할 것 같지만……. 거, 기왕지사 장례식에서는 우는 시늉이라도, 아니, 우울한 시늉이라도 좀 해주면 좋겠네. 속 썩이던 놈 없어졌다고 싱글벙글 웃어대는 건 아닌지 몰라.
(중략) 딱 두 개만 부탁하자. 하나. 다른 파트너는 들이지 마. 너는 걸핏하면 무리하는 놈이니까 다음 파트너가 될 놈이 불쌍하거든. 나도 없는데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은퇴나 해. 풍경 좋고 사람 적고 귀신은 더 적은 곳에 가서 바다나 보며 살아. 그때쯤이면 행복한 말년을 보낼 때도 됐어.
또 하나. 내 동생 좀 돌봐주라. 손 가는 애는 아니니까 여름마다 한 번씩 들여다보기만 해도 돼. 너나 나나 천애 고아 신세라 이런 걸 부탁할 게 서로밖에 없잖냐. 인상 쓸 거 알지만 염치 불고하고 부탁 좀 하자.
그 애는 복숭아나무가 좋다던데, 나는 별로.
죽고 나서도 삿된 것들 물리친다고 동동거리긴 싫잖아. 태평하게 잠이나 자게 복숭아나무 말고 버드나무로 해줘.
끝입니다.



(자주 찾아올걸...)





예, 다른 데로 갑시다.


준?
그거 어디서 났어?





















자, 다른 방으로 갑시다.


두번째 닫힌 문을 열어봅니다.
책장이며 책상이며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서책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안효례의 성격과 달리 서재 환경은 지저분하다 못해 너저분할 지경입니다. 서재 어디에도 꽃은 보이지 않는데 화려한 꽃향기가 아른아른 코끝을 스칩니다.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게 있다면 책장과 책상 정도겠네요?







사인검을 연구 중이었던 걸까요? 책상 위에 쌓인 자료는 태반이 무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새로운 무기의 형태를 이리저리 그려본 설계도도 종이 뭉치가 되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은퇴했다고 여유를 만끽하며 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면 일중독입니다.
책상 옆에는 안효례의 사인검이 비스듬히 기대져 있습니다.
사인검의 표본 같은 ‘완벽한 검’입니다. 검을 두고 간 걸 보면 관리국 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하하바보다!




ㅇㅋㅇㅋ


기준치: | 75/37/15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머리 벅벅';;)




이게 끝입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


책을 정리하던 백현과 준
책꽂이에는 관리국 문서와 안효례의 개인 장서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저자나 편찬 시기는 다 제각각이지만 어둑시니를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몸서리를 친다.)






끝입니다.










그런 멍청한 생각을 ;;

멍청하다니 (ㅡ"ㅡ)
【정보】 수레멸망악심꽃
서천 꽃밭에 피는 꽃. 사람들의 악한 마음을 요동케 하고 멸망에 이르게 만든다. 달이 없을 때 피어나선 그 달이 다시 저물면 꽃도 함께 시든다. 꽃잎 한 장으로 한 마을을, 꽃잎 석 장으로 한 나라를, 꽃 한 송이로 한 세계를 죽일 수 있다. 자청비가 수레멸망악심꽃을 사용해 천상 전쟁에서 수만의 적을 죽인 것이 가장 유명한 일화다. 이 꽃은 피어난 후에는 특이하게도 흙이 아닌 쇠에 뿌리를 내려 기생하는데, 많은 업을 쌓은 쇠일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끝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20/10/4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80/40/16 |
굴림: | 7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늙어써요 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때마침 현관에서 도어락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금호와 이야기 하던 아이가 뛰어나가며 큰 소리로 "다녀오셨어요!"






(감귤주스 챙기기)
그 말에 우리 모두 막상 나가보면 막상 거실에 들어선 안효례, 달랑 혼자입니다.
오래만에 보는 스승님의 얼굴은...

기억과 한 점도 다르지 않습니다. 앓은 흔적이라든가 불편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디에...

쇼파를 가르킵니다.
멀쩡히 앉아있습니다.


아, 태주를 말하는 거니?






안 말해주셨어요.
금호는 옆눈을 향합니다.

(어깨 으쓱)

거의 형처럼 따랐거든.




모두를 바라보던 안효례가 가만히 이다가.






금강저...에대해 아십니까?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금호는 안효례의 눈을 피합니다. 눈에 띌 정도로 어깨가 떨어재고 있으니까요.


그에 대한 거라면 나도 익히 알고 있단다.






태후의 행동에 금호가 흠칫이며 조금 놀란 듯이 바라봅니다. 그러난 목덜미로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가 미끄러집니다.






따로 연락하마.

금호씨의 상태에 대해서도..
아시는게 있을까요


















...?








아 그러고보니 금호가 나흘 전 색달해변에서부터 이렇게 됐다 했었죠.

그 일이 금강저와 관련이 있으니...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 여쭈어보아도 괜찮을까요?
그 말을 들은 안효례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뀝니다. 사뭇 심각한 눈으로 금호를 바라봅니다.
그러고 여러분들에게서 금호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봅니다.


식칼, 선임교, 전화기, 화물차
일련의 사건을 들은 안효례는 가만히 고민을 합니다.

어디 내게도 보여주련.
안효례가 손을 내밉니다. 곡옥 팔찌가 달랑거리는 흰 손이 가까워지자 묘한 향기가 훅 끼칩니다.
향 내음 같기도 하고 꽃 내음 같기도 하고 물 내음 같기도 한...
알고 지낸 지 어언 몇 년이건만 생소한 향취.
그러나 향기의 출처를 묻을 새도 없이 금호가 화들짝 놀라며 아담의 뒤로 숨습니다.

나라님 만난 죄인처럼 안절부절 어수선하게 두리번거리고.




저대로 두면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릅니다. 이번에야 말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지도 모르죠! 파도에 쓸려나가면 죽지 않는다고 해도 저 몸을 되찾을 수 없을 겁니다.
다행인 것은.
아담 뒤에 숨은 것이려나요.

당신이 붙잡으려 하자 금호가 그대로 거리를 벌립니다.
가쁘게 몰아쉬는 숨.
과호흡입니다.

다시 잡을 틈새도 없이 당신들로부터 멀어집니다.
이곳을 벗어납니다.
쫓아가야해요!







바람과 파도와 세월이 깎은 절벽 앞에 덩그러니 선 외돌개 바위 하나.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금호는 더 갈 곳이 없어지고서야 간신히 멈추어 섭니다.
다행히... 그때처럼 뛰어내리진 않네요.
그런데.
혼란에 빠진 사람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우리한테 와.......
두서없는 증언은 일방적으로 쏟아집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가만히 서 있으며 말을 반복할 뿐입니다.







말이 끝나고 그 몸은 바람 빠진 인형처럼 철퍼덕 쓰러집니다.

곽태후가 금호를 붙잡자.
금호 또한 억센 손으로 당신을 붙잡습니다.
칠사적인 악력에 끌려가면 바짝 마른 입술이 귓가에 속삭입니다.
송곳니가 목과 어깨 사이 생살을 짓씹습니다.




힘이 바짝 들어간 턱에 핏줄이 불거지고 바닷 바람에 쇠 비린내가 뒤섞입니다.
금호는 벌어진 상처에 코를 박고 피가 멈출 새도 없이 개걸스럽게 마셔댑니다.

소설 속 묘사와 달리 피를 빨리는 건 조금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성 피해 없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가 되뇝니다. 죽고 싶어, 가 아니라.
라고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나요?



그런 말이 있죠.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의 힘은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이의 힘이라고.
멍청한 당신들을 위해 생각할 시간을 줄게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80/40/16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모두가 생각해냅니다. 일련의 사건의 공통점.
여태 죽고 싶다고 말한 줄 알았어. 그야 목을 베고 다리에서 투신하고
트럭에 박을 뻔 했고.
그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만약...
였다면?

...
..
.
댕강.
목이 짤립니다.
털썩.
몸이 힘 없이 떨어지고, 머리가 떨어집니다.

【광기】 아귀병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쇠’로 만든 것을 보면 식탐을 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삼키려 듭니다. 이 증상은 ‘불가사리’를 뱉어낼 때까지 계속됩니다.
【정보】 불가사리
고려 말 등장했다는 상상 속 동물. 밥풀로 만든 짐승으로 닥치는 대로 쇠를 먹어 치우며 몸집을 부풀린다. 죽일 수 없다 하여 불가살(不可殺), 불가사리라고 불린다. 혹은 불로만 죽일 수 있다거나, 불경으로만 죽일 수 있다는 설도 있다.
쇠를 먹고 자라난다는 상상 속 동물, 혼란한 시대에 약한 이들을 구해낸다던 영험한 짐승.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어 '불가살'이라 불린다던 불멸의 신수.
모든 퍼즐이 제자리를 찾는 것과 동시에 화살은 시위를 떠납니다.
아.
그래요.
스스로 머리를 고쳐 쓰고 있던 금호의...
불붙은 화살촉이 금호의 가슴을 찌르고 정확히 심장을 꿰뚫습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역겹게 목구멍을 넘어가고, 막 들이친 파도가 끔찍한 비명을 통째로 삼켜버립니다.
저 너머에서 활을 겨눈 것은....
하필 달도 뜨지 않는 밤이라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일격에 과녁을 소아 맞힌 명사수는 활을 내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옵니다.
도망칠 곳 없는 절벽 위. 앞에는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냥꾼이 지키고 섰고,
뒤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
금호는 심장을 틈탄 화마에 괴로워 뒹굴고 있습니다.
완전히 거리를 좁힌 안효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칼을 꺼냅니다.
...
아, 저거.
날이 시퍼렇게 빛나는...
벼락을 닮은 검.
행동 재개.


저건...









안효례는 그대로 금강저를 들고 금호의 배를 가릅니다.
입가에는 울컥, 피가 올라옵니다.

스승님!


불타는 화살 아래 뱃가죽이 세로로 길게 찢어집니다.

피와 근육, 혈관과 갈비뼈 아래에 내장이 구불구불 누워 있습니다.
안효례는 그걸 맨손으로 파헤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댑니다.
영문 모를 말들을 쏟아내며...


길피 우리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중요하지 않아.


너희는...

......
시간이 얼마 없어, 금강저만 온전해지면....

정말 지켜만 볼 거니?
나쁘니 않아.
대신 하나만 알려줄게.
금호의 상태를 열람합니다.
피를 울컥이는 입
초점이 흐려지는 눈동자.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입은 짧게나마 움직이기만 합니다.
그저 울컥이며 계속 토해내는 피에...
우리는 바라봅니다.
아.
무력해져라.



기준치: | 75/37/15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준 말릴 겁니까?

당신은 차사로서의 명을 거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의를 참지 못하고 행하는 것을 보면.
당신은 그리 나쁜 자는 아니었나 봅니다.
별자리가 움직입니다.
두 사람의 눈에 무언가 보입니다.
검은... 연기가....

이거.






준.
당신은 가끔가다 옳은 선택을 하시네요.

당신은 본능적으로 행동합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안된다고. 또다시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 없습니다. 사인검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꾸욱 잡아 안효례를 찌릅니다.

지슴이 울부짖는 소리.
안효례는 환부를 부여잡고 물러섭니다.
금강저를 꽉 움켜쥐고 있지만, 품 어디에도 사인검은 보이지 않습니다.
벌어진 상처로부터...
피 대신.
피어오릅니다.
일목요연한 징조가 알려주는 진실.
[정보] 안효례가 공개됩니다.
【정보】 안효례
흉신악살이 흘러넘치고 있다. 원한이 깊고 깊어 살아있는 귀신이 되었다. 이 정보가 공개된 시점부터 대상은 인간이나 서천차사가 아닌 어둑시니로 취급한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 피해 없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금호씨...
갈라졌던 복부가 모입니다.
울컥이는 피는 계속해서 흘러내려옵니다.
떨리는 손으로 김준성이 옷자락을 부여잡습니다.

일그러진 혼백이 어둑시니의 결말을 맞는 것은 관리국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하나, 단언컨대.
산 몸으로 어둑시니가 되어 이승을 돌아다니는 경우는,
그것도 그 정체가 사천차사인 경우는 생전 처음 봅니다.
더군다나 안효례라니!
그는 이 바닥에서도 손꼽을 만큼 잔뼈가 굵은 차사였습니다. 약관도 전에 신의 부름을 받았고 일평생 수많은 영웅담을 만들어 내며 관리국에 헌신했습니다.
최호원의 사후에도 흔들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긴 생각은 허점을 만들 뿐입니다.
안효례는 변명이나 입장 따위 일언반구 떠들지 않고 금강저를 휘둘러 옵니다.
회피하기에는 늦었습니다. 반격만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반격에 성공합니다.
【사건】 잔상 읽기
쨍강! 날붙이와 날붙이, 쇠붙이와 쇠붙이, 철붙이와 철붙이. 삿된 것을 물리치는 검과 모든 것을 베어 죽인 검이 가장 날카로운 부위끼리 맞물립니다.
그 순간 당신은 칼날에서 지워지지 않은 잔상을 일어냅니다.
읽어냅니다.
동지섣달 긴긴밤, 일곱 선녀도 깊은 잠에 빠진 선임교. 다리 양 끝에는 사인검을 찬 안효례와 불온한 어둑시니가 서 있습니다.
당신은 안효례의 어깨 너머로 그 풍경을 봅니다.
어둑시니는 괴물이 으레 그렇듯 생긴 것 한번 희한해서 머리는 호랑이 같고 몸통은 뱀 같으며 등에는 사슴뿔이 돋아났는데 뿔이 갈라진 옹이마다 눈알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안효례는 우리들을 가르치던 때처럼 차분히 설명합니다. 꼿꼿한 등만 내보이고 있어 어떤 표정인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허탈하게 웃는 안효례.

한 점 후회도 수치도 없는 삶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어.
듣는 것만으로도 목소리에 사무친 배신감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때가 되자 안효례가 움직입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하늘을 가리고 양분된 몸과 머리가 재가 되어 흩어질 때.

스승은 제자에게 젖은 검 끝으로 어둑시니를 가리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사라져가는 어둑시니의 아귀에서 흘러나오는 마지막 한 마디.
허물어진 발음 때문에 알아듣기 쉽지 않으나 분명히 아는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가 간혹 당신의 이름을 부르던 때도 있었습니다.
어깨를 두드리던 손, 시원하게 웃는 얼굴, 쾌활한 목소리.
....
정보를 연람합니다.
【정보】 최호원
사후, 저승의 절차대로 쌓은 업만큼의 형벌을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일그러진 혼백은 어둑시니로 전락했다. 이승으로 기어든 것은 안효례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챙ㅡ
모서리가 마모되지 않은 청명한 파찰음이 정신을 깨웁니다.
별자리가 움직입니다.
다시 현재, 기암절벽 우리는 새카맣고 위태로운 절벽 위에 서 있습니다. 안효례가 금강저를 고쳐 쥡니다.

그게 그녀석의 진정한 유언이자 고발이었어.
마주친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합니다. 명백한 악의가 지옥 불처럼 타오르고 있지만 실성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검을 거뒀다가 거둔 만큼 도로 휘두르는 공세가 벼락처럼 쏟아집니다.
맥을 단숨에 끊을 수 있는 모든 급소를 피해가며.
칼날 너머의 안효례가 묻습니다.

하나 우리가 몰랐던 것이 있다.
그것들은 한 때 인간이었던 것이라면
살인죄를 지은 자가 저승에서 어떤 형벌을 받는지 알고 있느냐?
그 말을 들은 백현의 머리 속에 하고은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사후 14일 화탕지옥에서 무쇠 가마솥 속 끓는 탕국이 되고
사후 21일 한빙지옥에서 얼어붙은 몸을 고드름으로 꿰뚫리죠.
사후 29일 검수지옥에서 가지 대신 칼이 달린 나무에 집어 던져지고
사후 35일 발설지옥에서 혀를 뽑히며
사후 42일 독사지옥에서 독사에서 끊임없이 물어 뜯깁니다.

사후 100일 철상지옥에서 쇠못이 빼곡한 벽에 스스로 머리를 박아야하죠.
사후 1년 풍도지옥에서 바람으로 살을 갈기갈기 에인 후
사후 3년 흑암지옥에서 낮도 밤도 없는 무저갱에 갇혀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살인죄에 대해 물어봤던 백현이 들은 이야기.

어둑시니라는 이름은 모욕이나 다름없구나.
안효례가 금호를 가르킵니다.

나는 온전한 금강저를 되찾아 신마저 죽일 무기를 들고 저승에 갈 것이다.
그래서 저승에 있는 모든 죽은 것을 '다시' 죽일 거야.
윤회도 형벌도 없는 완연한죽음을 주고 말테다.
저승 시왕마저 죽여 모든 죽음 후의 규을을 무너트리고!
지옥문을 지키고 서 있으마.

그러니 나를 방해하지 마라.
어둑시니로 전락한 혼백 또한 여전히 인간으로 셈한다면 한 명의 사천차사는 그 생애 얼마나 많은 인간을 죽여왔던 걸까요?

그 사후 돌려받을 업은 얼마나 깊고 깊을까요?
당신도 안효례의 배신감을 이해는 할 겁니다.
그야, 같은 곳에 적을 두고 있으니까요.
그의 결말은 곧 사천차사의 결말이오, 사천차사의 결말은 곧 당신의 결말이기에.
선택할 시간입니다.
우리 모두.
...
..
.
별자리가 움직입니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일지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우리는
하늘의 속삭임을 듣습니다.
여진아.
그 일 이후로 네 눈에는 통증이 시작 됐어. 흐릿했던 것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지.
그 귀신은 어떤 형태였어?

무섭고... .징그럽고.......
무섭고 징그럽고?
네 친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
네 원래 성격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지. 평소처럼 멀쩡히 괜찮다는 듯이 행동했어.
왜?

형들도 힘들어 보이고....
그러고 난 후에는?
넌....
매일 홀로 집에 가서.
계속 친구의 귀신을 보게 되었어.

피를 흘리며 너에게 찾아갔어. 목은 기괴하게 꺾여 있었고, 너를 내려다보고 있었지.
눈에 통증은 나날이 심해졌어.
넌 그렇게 네 눈을 해치기 시작 했어.
눈에 상처를 냈어. 시력이 굉장히 낮아졌지만 그거랑 관계 없다는 듯이 귀신만이 또렷하게 보였어.
집 밖에 나가면 사람과 동시에 귀신들이 너무나 많이 보였어. 그래서 나가지 못했어.
현관문 안쪽에는
붉은 글씨와 노란색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
매일같이 두려워 너는 이불 속에 들어가 숨을 참았어.
유일한 도피처는 형들이었어.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해댔지.
귀신이 보여서 더이상 일반적인 일을 해내지 못해. 어쩌다 차사를 선택했을까. 그 일을 하면 귀신을 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 마침 신이 널 불렀어.
신이 불러 간 곳에는 귀신이 없었어.
산의 폭포수 아래, 새하얀 옷을 입고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그가 말했어.
따뜻했어.
한번도 다정한 적 없는 어머니처럼.
따뜻한 손길이었어.
무릎에 나를 눕혀주고 잠에 들지 못하자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
들려오는 자장가 소리에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어.
그렇기에 차사가 되었어.
귀신을 보지 않을 수 있고, 신이 이제 나를 지켜주니까.
난...
넌...
...
..
.
준성아.

너는 그 날 이후로 많은 생각을 했어.
그 친구처럼 되고 싶다. 그 생각 하나로 너는 많은 일을 했지.
하지만, 매일 똑같은 하루, 집과 회사를 반복하면서 생활 속에서 피폐함만을 느껴왔지.
매번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약간의 기쁨, 만족감.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주긴 했으나.
그것도 잠시였고.
밤에 그것도 새벽에 혼자 고요한 방에 누워 잠을 청하려 애쓰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네가 직접 말해볼래?

너는...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하는지
그런 고민이 들었어.
여태껏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건 확실했지.
하지만, 넌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지했어.
43세.
많다고도 적다고도 보기 애매한 나이.
너는 어느순간부터 네 나이가 보기보다 늙었길 바라는 것 같기도 했지.
자신의 끝이 빨리 다다르길 바라는 것 같았지.
매일 잠에 들 때, 넌 느꼈어.
아래를 예측할 수 없는 바다에 가라앉는 느낌을.
온 몸에 힘이 들지 않고 어두운 심해로 가라앉는 느낌을.
우리는 그것을 우울이라 말해.
그런 와중 신이 너를 불렀어.
물 속에서 너에게 말했어.
그렇게 너는 차사가 됐어.
일종의 죄인이 되어 자기 마음대로 인생을 끝내지 못하게 되었지.
죄인이니까 버텨야 하니까 라는 말로....
너는...
자, 이제 말해봐.
너는 그 이후 뭐라 했지?

저는 죄인입니다, 신령님. 저는...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제게 끝이 오길,
감히 바랍니다.
...
..
.
아담.
피를 토하고 죽어가던 고은에게서 너의 아내를 겹쳐 보았어.
이후로 가끔 꿈에 나와 얌전히 누워있던 아내가 피를 흘리며 끔찍하게 죽어가기 시작했지.
그 이후부터 넌.
고은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어.
여전히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묘한 거리감이 생긴 느낌이었어.
늘 먹고 잤던 수면제의 양이 늘었지만 깊게 잠들지는 못했지.
피가 묻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매일같이 그녀의 잠옷을 세탁햇고.
꺼내주었던 사진 속 아내가 검은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모든 사직을 넣어두었어.
끝내 아내를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 아내의 생명 유지 장치를 껐어야 했어.
왜지?
아내가 고통스러워 했을니까...
해독제가 없고, 병을 해결할 수 있는 약도 없는 상황에서.
연명 치료는....
아내를 죽이는 일이었어.
너는 생각했어.
추욱 늘어진 팔,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그런 그녀를 안고 있던 어느 한 남자.
너는 바라봤어.
죽어가던 고은을 살려낸 백현을.
그리고 비교했어.
그러지 못한 나와 살려낸 백현을.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있었어.
왜?
그때였어.
잠에 제대로 들지 못하고 퇴근하는 길, 잘못해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어느 한 사람이 너를 바라봤어.
검은 머리카락, 웃는 상.
그래.
참으로...
놓치고 싶지 않았어. 사과해야 했어.
미안하다고.
그때 내가 조금 더 똑똑했고 지인이 많았더라면.
그때 내가 조금 더 힘냈더라면.
멋대로 네가 힘들다 결정내려서.
그래서...
이브, 내 하나뿐인 이브.
사랑해서 너무나 사랑해서 결단코 살릴 수 없던 나의 사랑아.
너를 죽인 것이 나의 죄업이라면 그 또한 묵묵히 받아드릴게.
그러니 다시 돌아와줘.
다시...
다시 함께하고 싶어.
...
..
.
태후야.
눈 앞에 앵무새들이 아른거렸어. 그만큼 정신이 다시 온전치 못해졌지.
병이 또 도진건지 뭔지, 이상하리만큼 폭력성이 보였어.
...
그런 나날이 지나고.
어여쁜... 자유로워 보이는 여인 하나를 바라봤어.
옛날에 너였다면 거부했겠지만 지금의 너라면,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지.
그 사람이 타다주던 커피 한 잔이 네게 성수가 되어 정신을 맑게 했지.
1년 정도가 되었을까. 어느 새 너는 그 여자와 이성교제를 하고 있었지.
그때 어땠어?

행복할 게 당연하잖아.
하.
너.
제대로 말 안 할 거야?

그 다음 스스로가 말해볼까?

내 눈에서
안 보이는 날이
많아졌어.
그렇게 되고 넌 어땠지?
불안해졌어.
왜?
그녀가 네 정체를 알았을까봐.
네 정신은 어둠에 침식되어 가기 시작했어. 다시 이성을 잡을 수 없었어.
어머니와 아버지께 대드는 날이 많아졌지.
그 다음 넌 뭐라 말했었지?

그리고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났어.
그녀의 모습은 어땠어?
너무나 익숙했지.
말해봐.
어땠어?

절대.
말 못해?
정말?
그렇다면 내가 말할게.

제가 죽인 그 청소부와 똑 닮아있었습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에는 넌 이미 바닥에 주저 앉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지.
그리고 기억 나?
기억 나?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너에게 다가갔어!
넌 안도했어!
근데.
그 다음에
어땠어?
스스로 말해볼까?

이 여자가... 내 정체를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난 후?
불행이 이렇게 겹칠 수 있던 것일지.
집에 돌연 강도가 들었어.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아?
아니야.
넌 기억해!
말해봐.
넌 그때 어떤 상황이었지?

태후야.
말 안 할 거야?

정말?
그래.
이 모든 선택은
네가 한 거야.
...
그 이후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내 곁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좀 처럼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불쾌했습니다.
병실에 누워 그저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
다시 복귀해야 합니다, 대표님.
책임져야 할 것이 있잖아요.
일어나 아들, 넌 하나 뿐인 아들이잖아.
이 정도로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러니.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났습니다.
언제 다시 무너질 지는... 모르겠지만?
어때.
이제 기억 나?
태후야.

하하
하하!
멍청하고 아둔 한 것.
그렇기에 신에게 버림 받아.
신의 대답도 듣지 못하고.
가호도 받지 못하고!
너야 말로 진정한.
...
..
.
여야.
그 날 이후로 너는 어떻게 했더라.
그래, 이중에서 네가 제일 선한 일을 했다 단언할 수 있겠구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너는 훔쳤던 물건을 돌려주었어.
아버지에게 후계가 될 것을 제안 받았음에도 애들과 있는 순간이 너무나 즐거워서.
그냥 같이 일을 해보기로 했지.
어땠어?
즐거워?

정말?
다행이다...

너의 아버지가 걱정했어.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뒤틀렸던 네가 이제는 하나 둘, 자신이 할 일을 하려고 하고 해결하려고 하니까.
그게 너무나 고마웠대.
행복했대.

고마워해야지
하하.
맞아.
고마워 해야할지도 모르지.
나즈막히 들려오는 목소리.
그래요.
나는 해야합니다.
나는...
나의 신을.
내 아버지를.
지켜야합니다.
모든 생명에는 순환이 존재합니다.
죽음과 삶은 한끗 차이며.
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인간을 이해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인간과 함께 지내는 것을 택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내 아비의 뜻을 따라.
세계의 순환을 지켜보리라.
..
.
.
백현아.
그 날 이후, 너는 신 어머니를 만나 신내림을 받게 되었지.
어머니의 집착도 고쳐지고 동생의 상태도 점차 안정되어 가기 시작했어.
하지만...
인간 밖의 능력을 이용해 동생을 들여다봤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숨은 쉬고 있어.
너는 그 다음 어떻게 했지?

신의 힘을 빌려서, 동생을 들여다봤어.
그리고 아무것도 없어서...
없어서?

신이라면 알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신은 혼이 없는 육체를 계속 보호해 줄 수 없다 했지.
결국에는 빈 껍데기인 동생을 너의 신당에서 보호하기로 했어.
하지만...
잠깐 잠들어버린 사이.
동생의 몸에 무엇이 들어왔지?

악귀.
넌 그 악귀와 맞서 싸워 이기긴 했어.
하지만 치명상을 입었지.
넌 그 자리에서...
눈을 떴어.
그리고 그 앞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높게 묶어 푸른 빛을 품은 검은 눈동자를 품은 여인 하나가 서 있었어.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던 여인은 너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주었지.
그리고 말했어.
여인은 알고 있는 거 같았어.
너는... 그렇게 어떻게 했지?

그곳에서 넌 누굴 만났지?

어느 저승사자의 실수였어.
빠져나온 동생의 혼은 너와 똑같이 방황했다 했지.
동생과 너는 관음보살의 전언을 통해 극락으로 갈 수 있었어.
그걸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은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지.
하지만 넌 갈 수 없었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너를, 너의 동생을 이리 만든 존재들에게 복수하겠다 다짐했지.
너는 동생을 먼저 극락으로 보냈어.
넌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여인이 너의 동생을 데리고 극락으로 향했었어.
너는 급히 이곳으로 돌아와, 지장보살의 가호를 받고 서천차사가 되었지.
그렇게 다시 본 여인은 너에게 말했었어.

극락왕생을 빌어주었으니, 잘 돌아갔을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일을 하렴.
저 애들은 네가 죽은 것에 대해 모르지?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언젠가 밝혀질 거야.
(어깨 위에 손을 올려 톡톡 두드리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때가 와도 너무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
그러니 물어볼게, 백현아.
힘드니?

힘들지 않습니다.
그럼 후회하니?

그럼 어떠니.

그저 우주의 섭리를 따르는 일일 뿐이니까요...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래.
그게 너의 선택이라면.
나 또한 받아드릴리다.
...
..
.
자,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안효례를 막을지.
아니면 막지 않을지.
단, 이것만을 알아주세요.
안효례를 막지 않고 금호의 배를 가르게 된다면.
때를 알리는 쨍쨍한 음악이 절벽을 떠들썩하게 휘저어 놓습니다.
한밤중에 난데없이 아침을 알리는 모닝콜...
안효례의 안주머니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자, 선택을 해봅시다.
행동 재개.




그렇다면 막겠습니다.
막을 건가요?
다른 이들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결여는?

모두가 스승을 막아섭니다.

알람은 자정 직전에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이 끝나면... 수레멸망악심꽃이 시들고 말겁니다.
그렇기에 안효례는.
금강저 대신.
다른 것을 꺼내듭니다.
금강저를 성큼 물린 그는 칼날이 상대가 아니라 제게 향하도록 손잡이의 방향을 고쳐 잡습니다.
그러더니 찰나를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목젖에 찔러넣습니다.
살을 찢는 소리가 투득, 투드득, 떨어지고 벌어진 입 안으로 설핏 꽃송이가 보입니다.
검은가 하면 붉고 붉은가 하면 검은 꽃. 얄팍한 꽃 잎은 전부 바깥으로 벌어지고 날카로운 술이 회전하는...
【정보】 수레멸망악심꽃
서천 꽃밭에 피는 꽃. 사람들의 악한 마음을 요동케 하고 멸망에 이르게 만든다. 달이 없을 때 피어나선 그 달이 다시 저물면 꽃도 함께 시든다. 꽃잎 한 장으로 한 마을을, 꽃잎 석 장으로 한 나라를, 꽃 한 송이로 한 세계를 죽일 수 있다. 자청비가 수레멸망악심꽃을 사용해 천상 전쟁에서 수만의 적을 죽인 것이 가장 유명한 일화다. 이 꽃은 피어난 후에는 특이하게도 흙이 아닌 쇠에 뿌리를 내려 기생하는데, 많은 업을 쌓은 쇠일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꽃잎 한 장으로 한 마을을, 꽃잎 석 장으로 한 나라를, 꽃 한 송이로 한 세계를 죽일 수 있다던 그 꽃과 죽은 것과 산 것.
선한 것과 악한 것을 가리지 않고 전부 베었다는 그 검의 반쪽.
거기에 죽고 죽어 업과 한으로 완성된 어둠을 기어코 다시 한번 찔러 죽이던 살인자의 피를 곁들여.
덜렁거리던 머리가 고요히 폭발하더니 꽃의 형상으로 흔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묘한 향기가 훅 끼칩니다. 악심을 들끓게 하고 멸망을 당기게 하며 죽음을 부르는 향취입니다.
살아있는 살상 무기,
오직 죽이기 위해 태어난 것을 목도한 전원.

기준치: | 70/35/14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40/20/8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3/31/12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준 제외 성공한 사람들 이성 -4
실패한 사람들 이성 -37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5/27/11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모두 이 것이 현실이라고 인지하게 됩니다.
실패 두 명, 광기 폭력을 얻습니다.

안 주변의 적과 아군 모두에게 폭력과 파괴를 가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태산이 온몸으로 짓누르는 듯한 위압감에 내장이 뒤틀리고 정신이 흔들립니다. 눈앞의 것을 바라보노라면 들끓는 충동을 제어하기가 어렵습니다.

죽고 싶고 죽이고 싶으며 죽어버리고 싶은 정체불명의 혼돈.

혼란에 공명한 사인검도 불온하게 몸을 떨어댑니다.
모든 마음이 꺾이고 그저 죽는 게 낫겠다 싶어졌을 때.
???: 괜찮아.
4
차가운 작은 손이 태후의 손을 붙잡습니다.
돌아보면... 소리소문 없이 태주가 지척에 다가와 있습니다.


반쪽짜리 금강저로는 전력을 다할 수 없어.
저건 실패작이야.
해풍에 흔들리는 꽃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담담하기만 합니다.
이 모든 결말을 알고 있던 것처럼.

그러니 의심하지 마.
너희의 검을 믿어.
사인검은 분명히.
응답할 거야.
적요한 목소리에는 마음을 잔잔케 하는 힘이 있습니다.
딱 한 번, 절대적인 공격 기회가 쥐어쥡니다.
전원 찌른다는 선언을 부탁드립니다.






사인검을 찌르는 순간 그림자로 이루어진 꽃무릇은 타오르는 불처럼 팽배했다가 찢어집니다.
꽃술 사이사이를 가르는 균열이 지옥문처럼 흉측하기 작이 없습니다.
업화가 내지르는 비명은 세상이 태어난 이래 모든 죽음의 소리.
버티고 버텨 끝까지 쑤셔 넣으면 스물여덟 자의 축경과 스물입곱 개의 신성이 깊숙이 스며듭니다.
축복과 저주가 소용돌이 치더니.
벼락 내리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머리가 폭발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실패한 김준성, 결여, 준.
화상을 입습니다.
체력 -2


머리가 사라진 몸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더니 기어코 절벽 아래로 추락합니다.
파도 소리가 지나간 텅 빈 풍경에는 외돌개 바위 하나가 외로이 서 있을 뿐입니다.
여전히 여기는 칠십리 해안가, 기암절벽.
아주 약간의 탄 내음을 남기고 우리의 스승, 우리가 죽인 어둑시니는 수중으로 퇴장합니다.
당면했던 위기를 넘긴 우리들은 뭘 하나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
잘 해결합니다?
금호를 확인하려고 하자면...

절벽 어딘가에 볼품 없이 쓰러져 있습니다.


(별말씀을요)


화살촉에 붙은 불은 꺼질 기미 없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그런데도 타는 냄새는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던 소년은 뒷통수에도 눈이 달렸는지 우리의 의문을 해결해줍니다.


화살에 붙어있던 불이 사라집니다.


금호는 아까와 다르게 편안한 얼굴이네요.

상처는 대부분 아물었습니다.

더 할 행동이 있을까요?
있다면 해도 좋습니다.








상황이 아무리 되니...
태주가 금호의 머리맡에 앉습니다.

그러더니 두 손을 모으고 입 속에서 두 마디를 중얼 거립니다.





아저씨 노망났나
망망대해에 접어든 조각배처럼 잠잠하던 몸이 곧 밭은 기침을 터트립니다.
얼마간에 씨름 끝에 퉁!
축축하게 젖은 밥 한 덩이가 목구멍에서 튀어나옵니다.
눈물, 콧물, 침 범벅이 된 금호는 바닥에 엎드려 누워 중얼거립니다.




참아




소년은 땅에 떨어진 밥 한 덩이를 소중하게 주워 듭니다.
밥풀데기, 아니,
불가사리라는 것은 참 기묘하게 생겼습니다.
대충 뭉친 주먹밥?처럼?
생?겼는데.
거기에 고양이 귀와 비둘기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요 며칠 도망치느라 제대로 먹은 게 없었거든.
너희한테는 미안하게 됐지만...



그러곤 남은 금강저 한 짝까지 냉큼 불가사리에게 먹입니다.












앳된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는 연륜이 묻어납니다.
어느새 말은 반 토막 난 데다가 삼라만상 모르는 것이라곤 없고, 염라대왕하고도 아는 사이라니...

평범한 소년 같지 않습니다.


(산신령님 도와주세요 제발)
(집 가고 싶어요 이제)






긴 설명 대신 아이는 백현에게 불가사리를 건네줍니다.

잘 부탁해, 그렇게 당부했던 것도 같고 고마워, 그렇게 인사했던 것도 같습니다.



불분명한 목소리 끝에 멀리서 섬휘파람새가 휘 우는 가 싶더니 고개를 들면...


절벽 위에는 오직 우리만 남아있습니다.












(드디어)




하..

하하, () 아!

작디작은 불가사리는 백현의 손 안에서, 금호는 흙바닥에서 드러누워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어째 조금 닮은 것도 같네요.





저걸요?














눈치가 없네



아마 먹을 것이 필요하면 고은 선배께 물어보세요.



먹을 거 먹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금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텁니다.








걱..거거...
주거..



우리는 이렇게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 겨울 바다 곁에서 금호가 묻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하나요?







형들이 해결해주겠지..~
어차피 죽을 목숨.
전부 죽기 위해 태어난 것.
어떻게 죽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스승은 그렇게 가르쳤지만,
제자는 다르게 대답했습니다.
서책을 덮습니다.
별자리가 멈춥니다.
...
..
.
【결말】 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야
전원 생환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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