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그리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네요.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네요.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

기준치: | 99/49/19 |
굴림: | 1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국민..."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겠죠.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입니다.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을테고.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새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다가가 볼까요?

....
터벅터벅.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면서고.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당신을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던가.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을 터,
낯선 사람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네요.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
문득 당신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 몰라요!
아니, 이미 말해버렸겠죠.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대충...
"ㅡㅡㅡㅡㅡ!"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리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금색 눈동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서.
문득, 당신은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이라던가.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드한 고통이란!
당신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이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니, 안돼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당신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리히트씨와 마리아씨에 의해, 제 64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한 보고를 합니다.
사무적인 어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일단 한 번 리셋 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죠?
정말, 이상.....
.......
어떤가요? 리히트.
우르르 쏟아지는 정보에 머리가 어지러울 겁니다. 하지만 그 또한 견뎌야 하는 일입니다.
당신은,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뜨겠죠.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기준치: | 70/35/14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 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이제 정신이 들었어?"
총을 고쳐잡은 마리아가 근처에 다가와 붇습니다.



전자기기도 맞으면 고쳐진다던데, 크리쳐도 TV같은 건가?

살아있게 어련히 잘 쐈겠지.

그것보다 매번 널 죽이는 것도 힘들어.
그래요. 마리는 당신을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있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어제까지는 그랬죠.


어째 몸 하나 제대로 간수를 못하는 거야? 이래서야, 최강의 인류라 할 수 있겠어?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당신이 사망햇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 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리아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마리아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 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당신이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네요.



안 그랬음 지금 쯤, 넌 하늘에서 까마귀들하고 있어야 했다고!


가득이나 이번 소생은 유독 느렸고, 두번이나 죽어버려서 임무가 지체됐다고!

그러니까 날 잘 지키지 그랬어, 최강의 인류 마리아씨.

(한숨 푹.) 됐어. 너랑 대화하면 말씨름만 하는 느낌이야.


됐어! 이거나 봐.
이번에 온 지령이야.
이번엔 좀 힘들 것 같긴한데... 뭐, 힘들지 않은 임무가 있었나 싶지만.
마리아는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마리아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먼저 헬기에 탑승한 마리아가 당신에게 향해 손을 뻗습니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떄문이겠죠.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낙하산 또한 없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이 점점 가까워지면...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쿵!!!
허공을 한 바퀴 돈 당신이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죠!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받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의 몫의 짐가방을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마리아를 받아볼까요?

기준치: | 99/49/19 |
굴림: | 8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소리와 함께.
당신은 마리를 두 손으로 받아 싸분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 눈에 보이는 높은 건건물의 옥상, 단 둘이네요.



당신의 도움으로 사뿐히 지면에 착지한 마리아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깁니다.
현재 우리가 잇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마리아가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마리아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눈으로 그것을 좇는다면...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 입니다.



좋아, 그럼 학교로 가는 거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음이야.


둘은 빠른 속도로 학교로 향합니다.
C고등학교,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로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지네요.

(지도를 확인하고서.) C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은 강당이야.
얼른 가보자. (총총총.)


학교를 다녔을 때 꽤 재밌었거든. 친구들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했고.
하교하면서 분식점에 항상 들렸었지~
공감하기 어려운 말들, 그럼에도 그 말을 듣고자 하니 기분은 무언가 이상함만을 느낍니다.
문득 이야기를 듣던 당신은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이 고정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기준치: | 70/35/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어쩐지 간지러운 이 기분은, 마치....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돌아갈 곳도 없느?



한눈 팔다가 놓치면 안 찾을테니까, 옆에 꼭 있어야 한다?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우리를 반깁니다.
...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비상식량을 획득했습니다.



여기에 크리쳐가 와서 도망갔을지도?






괜히 내가 골랐다가 크리쳐라도 만나면 그것도 그거대로 곤란하다고.


최악은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 말이야.
우리는 또다시 병원을 향해 발을 옮깁니다.
J대학 병원,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문득 마리아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떄문에'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죠.
물론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마리아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그러는 마리아는,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감기에 걸려 고생했었죠...
어라?
잠깐, 당신이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나요?


당신의 행동을 빤히 바라보던 마리아는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들어갑니다.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네요.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낌새가 이상합니다. 가히 동물적인 예감을 발휘해 성큼 물러섬과 동시에, 당신이 딛고 있던 바닥이 내리쳐오는 원뿔에 의해 반파됩니다.
우리는 날렵하게 몸을 굴려 피했으나, 그곳에는...
어느새 우리를 포위한 크리쳐들이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골기를 세웁니다.

싸울 준비는 됐지? 지난번처럼 죽지마셔.
조우한 크리쳐의 수는 17



기준치: | 80/40/16 |
굴림: | 3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1 |
11마리의 크리쳐가 사라집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7 |
남은 크리쳐들이 사라집니다. 전투를 종료합니다.
이번에는 수가 적었네.
그쵸?


대학 병원이라 장소도 많고, 혹시 모르니까.
다시 지도를 꺼낸 마리아는 생각에 잠깁니다.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 씩 짚으며, 의문을 꺼내기도 하죠.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는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있었을까?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크리쳐들이 동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도 없어.
녀석들에게는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만한 지능이 없으니까!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




고려는 해볼 수 있겟네.


기준치: | 50/25/10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지도에 집중하던 그때, 마리아가 의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아, 그제서야 당신도 웅우거리는 듯한 미약한 소리를 듣습니다.


갈 수밖에.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 빈 공터입니다.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마리아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그때,

또다른 마리아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녀는 당신의 옆에 있는 마리아를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마리아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98%의 하급 크리쳐들을 처리하는 게 우리의 일이지만,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쳐와 조우하기도 했죠.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마리아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그 긴 시간 함께해온 당신의 동료인걸요. 진짜인 마리아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 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그녀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퍽!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마리아가 반쯤 날라갑니다.
당신이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당신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당신이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 어깨를 움켜쥐죠.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크리쳐: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다는 건, 역시 리히트,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크리쳐: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마가 찢어진 마리아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헛소리를 왜 들어주고 있어?




마리아가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그녀가 가르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한가지 부탁해도 괜찮겠어?

...들어는 보지.

보다싶이. (오른 손을 들어올리자 조금 떨린다.)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말이야.

타일을 살펴보면 확실히 누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버튼처럼 말이죠!

누르나요?

당신이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누른다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 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마리아입니다.

우리에게 구해진 사람들은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우리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네요.
물론, 우리는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 걸요!
거절당한 사람들의표정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당신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
혈액 덩어리를 뱉은 당신은 그제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네요.


아,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당신은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뒤늦게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당신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당신이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출린 눈으로 쓰러지는 당신을 마리아가 받아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이런, 이제는 이 상황도 지켜울 정도네요.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당신은 짜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당신은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당신이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마리아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우리는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죽은 당신을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그녀가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이어 느껴지는 당신의 기척에 고개를 든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리아의 거동이 낯섭니다. 평소의 그녀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 외에도 다친건가?

3일간 크리쳐들로부터 널 지키다가 입은 부상일 뿐이야.
금방 나을 거야. 최강의 인류잖아. (으쓱!)




그녀가 당신에게 다가가, 상처를 살펴봅니다. 심장은 재생되어있음에도 숨 쉬는 것은 불편하네요.


아무리 크리쳐라고 해도 아픈 건 아픈거잖아!


그때는 네가 언제 깨어날지 기약없이 기다려야할 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그게 얼마나 심장 졸여지는 순간인 줄 알아?!



위치는 X 제약 회사.
그녀는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3일 동안 네가 쓰러져 있어서 임무를 진행할 수 없었어.
그래서 현재 상부에서는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A시를 폭파할 예정인데.
잠깐 당신의 눈치를 보던 그녀가 말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지연 요청을 했는데, 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이 어려워져서 요청도 못해.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야.
그녀가 무전기를 꾸욱 쥐더니 당신을 바라봅니다.




선택지는 둘이야. 나만 보내든가, 함께 가든가.

앞으로 강제적으로 리셋이 되거나, 죽음을 맞이할 때 언제 네가 깨어날지 알 수 없다는 거고.
그만큼 생존자들에게 네 정체가 드러날 수 있는 위기가 찾아온다는 뜻이라고!

무엇이 되었든 나와 네 목숨을 저울에 얹는다면 당연히 네가 더 무거울 거다.

그런데도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



앞장서도록 해.
한참을 곤란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그녀가 시간을 봅니다.

이후 우리는 민가를 빠져나옵니다.
함께라는 것은 언제나 익숙했습니다. 파트너로서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었으니까요.
한참을 걷다, 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크리쳐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녀가 총을 고쳐잡습니다.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우리는 등을 맞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앞길을 막아선 생체형 크리쳐와 조우합니다.
25 마리의 크리쳐가 당신을 주목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5 |
15마리의 크리쳐가 살상탄에 맞아 바스라집니다. 검은재가 되어 내리는 하얀 눈에 합쳐져, 바닥에 꽂힙니다.
11마리의 크리쳐가 당신을 주목합니다.
11마리의 크리쳐가 당신을 공격합니다.
크리쳐:
기준치: | 25/12/5 |
굴림: | 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 |
2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24 마리의 금속형 크리쳐가 뽀죡한 가시를 세워 벽에 꽂힙니다. 수십개의 눈을 가진 생체형 크리쳐가 당신을 주목합니다.
총 35마리의 크리쳐가 우리를 둘러쌉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5 |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당신은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한 순간에 15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릊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4 |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계산이 끝남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지만.
주르륵.
코에서 흐르는 피로 시야가 휘청이더니 그대로 탄환이 빗나갑니다.
2
크리쳐들은 휘청이는 마리아를 향해 기다란, 날카로운 팔을 휘두릅니다.
크리쳐:
기준치: | 25/12/5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다가오는 날카로운 물체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갑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9 |
자세를 틀어, 총을 쏘는 자세라기엔 기이한 순간. 당신은 다시한번 방아쇠를 잡아당깁니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총알들은 하나 둘, 빠른 속도로 크리쳐의 핵에 도달합니다.
흘러 내리는 크리쳐들은 악취를 풍기면서도 핵이 부셔진 것들은 녹아내리며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크리쳐들은 빠른 움직임으로 우리들로부터 멀어집니다. 따라갈까요?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
크리쳐... 였던....
그래요, 크리쳐 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우리는 도망친 크리쳐들을 무시한 채로, 구조신호가 온 곳에 향했습니다. X 제약 회사, 여깁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 제약의 지하입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경비실로 가야겠어.

따라 들어간 곳은 경비실이었습니다.

그녀가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당신 또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 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문득, 당신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당신이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두어 번 클릭하면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러고보니...
당신이 사망한 직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받지 못했었죠.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확인해볼까요?

사방에서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그녀가 쓰러지는 당신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한탄하듯 말한 그녀는 당신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이변은 잠시 후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당신의 몸이.
그녀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면서요.
그런 당신을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그녀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그때였습니다.
당신이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그녀는 당신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당신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마른 땅바닥에 뒹굽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들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그녀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기준치: | 70/35/14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만큼의 이성 피해를 입습니다.
딸깍, 영상이 꺼집니다.
그녀네요.

뭘 보고 있었어?

(마리아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상처, 정말 크리쳐에게서 나를 지키다 입은 건가?

거짓말 한 건 미안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임무를 끝내러 왔잖아?

마른세수 한번, 아마 당신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거겠죠.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그렇게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을 뿐이야.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우리는 그제서야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실의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고,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그녀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그 안에서 메모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죠.

보통 주머니에서 뭔가 많이 발견되지 않아?

(잠시 묵념하고는 옷 주머니를 살핀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테이블을 확인한다)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연구 일지를 다 읽은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모든 기억이 원래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닐테죠.
당신은,

기준치: | 69/34/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만큼의 이성피해를 입습니다.
같이 연구일지를 옆에서 보던 그녀가 가만히 당신을 바라봅니다. 표정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요. 마주 보나요?
그럼에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기억들에 무언가 보는 것도 힘들테니까요.
다음을 봐볼까요?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벽면의 서랍.
배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 한 칸만 잠겨있는데....
아, 그러고보니 아까 열쇠가 있었죠?

떨리는 손으로 당신은 열쇠를 이용해 서랍을 엽니다.
서랍 안에는 편지 꾸러미를 발견할 수 있었죠.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도시에 C.V가 누출되었고, 그로 인해 A시의 시민들이 크리쳐로 변해버린 게 아닐까요?

기준치: | 68/34/13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1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당신으로서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그녀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그녀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그녀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그녀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입니다.

기준치: | 67/33/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1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어느 순간, 그녀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이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그녀가 당신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대응할 틈도 없이 그녀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지겠죠.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당신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그녀의 얼굴만이 비쳐질 뿐이었습니다.
체력 1만큼의 피해를 봅니다.
이내, 그녀는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당신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그녀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위에서부터 쿵, 쿵, 쿵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당신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건 폭주입니다.
그야, 당신이 죽고 난 후 깨어날 때마다 힘을 주체하지 못했던 순간과 매우 흡사할테니까요.
당신을 공격한 그녀는 건물의 가장 높은 곳 까지 향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후들거리는 다리는 당신이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리고 맙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 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그런 몸으로 그녀는 여러번 당신을 리셋 시켜왔습니다.
폭주하는 당신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당신의 공격을 막으며 벽에 꽂히는 것을 반복했었죠.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그녀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당신은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습니다.
그녀를 리셋 시켜야합니다.
하지만, 정말?
다급한 마음에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마리아, 그녀가 있습니다.
그녀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고요.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정체를 처음 알았던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크게 동요하지도,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

전부 위선입니다.
그녀가 당신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하나 뿐입니다.


너는 이전에 나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지. 그 때. 나는 널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그러니, 네가 폭주하면 내가 리셋시키겠어. 이몸의 파트너를 어중이떠중이한테 맡길 생각은 없다.

리셋을 시켜도 나는 더이상 인간도 아니고...
봤잖아.
이미 여러번 널 공격했어.
또다시 널 공격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아무도 해줄 수도 없어. 그런데도 나와 함께하겠다고?

네 논리대로라면 너는 어째서 나를 없애지 않았지? 그저 서로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 우리의 관계는 변하지 않아.
지금까지 내가 너를 공격한 만큼 돌려받는 거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아. 받아주지.

난 수차례 영웅을 죽여왔어. 영웅이 죄악을 저지르고 악이 되기 전에.
그 일을 너에게 시키라고?
넌 세계를 지킨 영웅이고, 인간들을 수호하는 수호자야.
그런 네가 누군가를 계속 죽여야 한다는 게... 안 맞지 않아?

이제 내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 것 뿐이다. 설마 네가 해온 일을 내가 못할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한 적도 없는 것에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창백하게 죽어있는 널 볼 때마다 두려웠어. 언제 깨어날까, 깨어나긴 할까. 여기에서 네가 죽으면 그 후에는? 그런 생각이 수 십번, 아니? 수 백번을 해왔다고!
그 역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 역할을 맡겨?

너에게 맡겨진 그 역할이 괴로웠던 만큼 돌려주면 되잖아? 이젠 내가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동안 힘들게 한 대가를 치르는 것 뿐이야.
자신감? 하, 누군가를 죽이는 일 따위에 자신감을 가질 순 없다. 그렇지만 너와 두고 비교하면 없던 자신감도 만들어 주지.



그녀가 주먹에 힘을 쥡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그냥 가.

이미 여러번 죽어왔던 몸이다. 최후가 네 손이라면 나쁘지 않지.

기준치: | 50/25/10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3 |
주먹에 힘을 쥔 그녀가 당신을 향해 팔을 휘두릅니다. 한시라도 당신과 떨어져야한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그녀는 빠르게 팔을 휘두릅니다.
어떻게 하실건가요? 리히트.

피하지 않는 당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작게나마 떨립니다. 주먹은 그대로 당신의 명치를 강타합니다.
체력 3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날 혼자 내버려둬.


한번이잖아, 한번만 내 말을 들어주면 그 이후부터 이런 부탁 안 할테니까.






상부, 상부에서 그러지 말라 했으니까. (차분해진 목소리.) 그 뿐이야.

내 판단과 감은 틀리지 않아.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하지.

언제나처럼, 함께할 때마다 그녀가 말하고는 했었습니다. 당신은 감이 좋다고. 그래서 그 감을 항상 따르고는 했죠.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리히트.
그녀를 공격할수도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습니다.

멀뚱히 바라보던 그녀가 딱밤에 인상을 찌푸립니다.


당신이 다가오자 동공이 떨리는 그녀가 빠르게 당신과 거리를 벌립니다.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쌉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당신을 떨어트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휘둘렀던 팔이, 갑작스레 무언가의 개입처럼 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던 그녀가 다소 진정된 듯, 당신의 품 속으로 넘어집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문의 이름과 달리 잠들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다만, 폭주로 인해 몸에 힘을 쥔 것이 문제였을까요. 눈을 천천히 깜빡일 뿐입니다.
아, 그렇군요. 이 주문만 있으면.






잠재웠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안겨서 누울 사람도 아닌데.



... 떠나자, 여기로부터.
영웅 행세도...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어?

이날 여기서 우리는 죽은 거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평소와 달리, 당신의 손을 잡고
우리는 아래로 뒤어내립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푸른 빛이 일직선을 그립니다.
당신을 안고서는 천천히 지면에 착지한 그녀가 지면에 발 끝이 닿자 당신을 내려줍니다.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가고, 밝아오는 새벽 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그녀와 당신의 머리카락이 허공에 감겼다 내려앉습니다.

평온한 어조로 그녀가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달칵, 당신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
너덜너덜해진 군복을 한 번 고치고, 그녀의 얼굴을 돌아보면....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고,
'티알 백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코팟 죽기 위해 태어난 것 백업 (0) | 2025.01.27 |
---|---|
디코팟 레디메이드 우울 백업 (0) | 2025.01.27 |
디코팟 인면수심 백업 (0) | 2025.01.27 |
디코팟 호질 백업 (0) | 2025.01.27 |
리마 크리그어 2부 백업 (0) | 2025.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