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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 백업

리마 크리그어 2부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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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오늘 자정, 본부에서 A급 범죄자들의 공개 처형식을 거행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의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아니, 나는.
여전히 정의를 수호하나요?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 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 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볓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 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리히트 니클라스: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지목된 범죄자들은 또 다른 AOC 대원들이며, 그 죄목은 우리가 저지른 것입니다.
당신은 이것이 경고임을 꺠닫습니다. 본부의 주요 기밀을 알아차리고 무단으로 이탈한 우리, 두 사람이 조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동료들을 한 사람씩 제거하겠다는 경고 말이에요.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리히트
리히트 니클라스: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페인트칠이나 주차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이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당신은 크리쳐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이후, 감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마트 세일 날짜, 문고리 고장 같은 사소한 일부터 크리쳐 조우 및 전투 같은 무시무시한 사건가지 회피할 수 있었죠.
그와 반대로 마리아는 여전히 크리쳐입니다. 죽어도 다시 되살아나기에, 당신이 죽을 위기에 처하면 스스로의 몸을 받쳤죠. 그녀가 현재까지 죽은 횟수는 2 회 정도가 되겠군요.
안전지대는 조금씩 크리쳐에게 좀먹히고 있습니다. 지배층이 무능했고, 최전방은 무너질 때도 있으니까요. 가끔 도시 한복판에 크리쳐들이 나타나 인명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그걸 본 우리는 무엇을 했었을까요.
맞서 싸웠을까요? 아니면...
그때 당신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소리와 함께 당신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오릅니다.
당신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 입니다.
마리아 콘스탄틴:리히트!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을 당했는지 몸에 작게 생체기가 나 있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괜찮아? 너한테는 아무 일도 없었어?
리히트 니클라스: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소스가 튄 것 뿐이다.
마리아 콘스탄틴: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아니, 이게 아니지.
너도 봤지? 당장 AOC로 돌아가야 해. 카트린, 에보니, 앨릭... 전부 우리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어. 알잖아? 그 애들은 죄가 없는 걸!
리히트 니클라스:그 죄는 우리가 저지른 것이니까. 하지만 마리아. 너도 알지 않나? 그건 우리를 꾀어내기 위한 미끼다.
하지만 그렇군... 지금까지 봐온 AOC라면 그들을 죽이고도 남을 수 있지.
마리아 콘스탄틴:...알아... (꼼지락.) 우리를 겨냥한 함정일 확률이 높겠지.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최소한 내가 믿는 정의는 사람을 위한 정의였으니까...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은 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 없어.
그건 너도 그렇지 않아?
리히트 니클라스:(가만히 주먹을 꾹 쥐고는)...맞아.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외통수, 라고밖에는. 이렇게 부르시니 가 드려야지.
마리아 콘스탄틴:(파앗, 표정이 밝아진다.) 가기 전에 짐부터 챙기자. 지금은 사복이니까... (가만히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면... 군복을 입어야겠지.
리히트 니클라스:하하. 잠깐의 평화도 끝이군. 군복을 다시 입게 될 줄은 몰랐어. 빠르게 챙기고 이동하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정의를 관찰하고 수호하는 자들이었습니다.
둘은 서둘러 손을 잡고 숙소로 향합니다. 이제는 쓸 수 없는 대 크리쳐 살상탄을 냅둔 채, 혹시 몰라 구비해놨던 무기들을 챙겼죠.
필요한 물품을 챙기던 중,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옷장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우리가 보입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나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기에 찾아온 건가요?
대답해보세요, 리히트.
리히트 니클라스:내 발로 다시 걸어서 돌아오다니, 스스로에게 웃음이 다 나오는군. 그렇지만... 다른 놈들을 나 대신 죽게 둘 수는 없으니까. 죽음을 각오한다면 내가 해야겠지.
좋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그렇다면 안에는 어떻게 들어가겠습니까?
정문으로? 아니면 잠입으로?
마리아 콘스탄틴:어떻게 할까? 리히트.
리히트 니클라스:나 혼자였다면 그냥 정문으로 들어갔겠다만. 이번은 일단 잠입하도록 할까.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마리아는 알려지지 않은 루트를 알고 있는 듯, 걸어갑니다.
마리아 콘스탄틴:특별히 대단한 길은 아니지만, 허를 찌를 수는 있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한테는 그거면 충분할 거 같은데.
(옅게 웃고.) 기는 족이 좋아, 나는 쪽이 좋아?
리히트 니클라스:당연히, 나는 쪽.
AOC 본부 근처, 옆 건물로 올라선 뒤에야 당신으 꺠닫습니다. 이 길이야말로 무식하고 저돌적인 침입의 극치라는 사실을요!
의심스러운 장치를 당신의 조끼에 묶으면 그녀가 말합니다.
마리아 콘스탄틴:괜찮아, 아직 1명 밖에 안 떨어졌대.
그리고는 중얼거립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실사용자는 3명이라고 들은 것 같긴 하지만.
태클을 걸 틈도 없이 그녀가 당신을 안고 뛰어내립니다. 어느새 반대편 건물에 고정해두었던 건지, 우리를 지탱한 와이어에 의지한 채 호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익숙한 움직임, 한 번, 두 번, 세 번, 몇번에 걸쳐 건물 외벽을 밟고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아까보다 한층 더 날 선 겨울 바람이 매몰차게 얼굴을 때립니다.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두 눈은 근래의 1년 중 제일 반짝이고 있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어쩌면 줄곧 이런 날이 다시 오길 기다렸을지도 모르겠어...
당신을 안은 채 옥상으로 일절 충격 없이 가볍게 착지한 그녀가 가볍게 덧붙입니다.
마리아 콘스탄틴:나쁜 사건이 아니라, 너랑 같이 하는 모든 순간이 좋았으니까.
찡그리듯 웃으면서요.
허공으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지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녀는 당신의 조끼에 걸린 와이어 고리를 풀어주곤 그대로 등을 돌립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여긴 AOC 건물 옥상이야. 그들을 만나려면 최상층으로 가야해.
리히트 니클라스:너와 있으면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군. 기어왔으면 한참 걸렸을 뻔 했어.
마리아 콘스탄틴:그야 기어왔음 하수도로 갔을테니까. (방긋!)
리히트 니클라스:그나저나 상당히 익숙해 보이는데. 설마... 몇번 해본 건 아니지?
그건 끔찍한 얘긴데.
마리아 콘스탄틴:몇 번? 혹여나 이 곳에 크리쳐가 온다 하면... 가장 빠르고 효율성 좋은 루트를 생각해야 했으니까.
근데, 그걸 이렇게 쓸 줄 누가 알았겠어?
역시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법인 거 같아.
리히트 니클라스:그 말대로야.(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도움이 되었으니 상관없나. 너도 참, (말을 고르고는) 독특해.
마리아 콘스탄틴:(널 빤히 바라보다가 옅게 웃는다.) 그런 건 똑똑하다 하는 거야.
우리들은 걸어 최상층에 도달합니다.
주변 CCTV가 있었지만 피해서 진입하면 될 문제였으니까요.
그녀는 당신을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녀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댑니다.
쉿ㅡ.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우리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 전부 우리와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우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해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리히트 니클라스: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 중 몇은 처형대에 올라갈 예정이니 갇혀있다 쳐도 많이 비는군요.
소강당이 아무리 넓더라도 군인이 200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리가요. 어림잡아도 절반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작은 목소리로.) 신중히.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가 질문합니다.
군인: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 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을 명합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사라지고...
소강당 문이 열리기 직전, 그녀가 당신을 잡아 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 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마리아 콘스탄틴:(낮게 속닥.) 작전 변경,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이 기관의 상층부는 어딘가 미쳐있어. 죽여버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 같고... 그런 예감이 들어.
리히트 니클라스:동감이다. 말이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건가?
마리아 콘스탄틴:인질부터 찾자. 우리의 약점은 동료니까...
명료한 목소리가 당신을 이끕니다.
마리아 콘스탄틴:군복을 입고 온 게 답이었네. 이 건물 CCTV의 화질로는 우리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을 거야.
리히트 니클라스:그러게 말이야.(슬쩍 눈을 굴려 살펴보고는) 이대로 조용히 묻어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
우리 둘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우리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 생각이 들어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우리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존재합니다.
일단 우리는 30 층부터 보기로 합니다.
상관: 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우리에게 탄환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 연설에 다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마리아 콘스탄틴:확실히... 우리를 노린 게 맞나봐.
리히트 니클라스:참 가지가지 하는군. 대 크리쳐 살상탄이라?
마리아 콘스탄틴:아마... 날 노리겠지. (가볍게 으쓱.)
리히트 니클라스:... 썩 좋은 기분은 아니군.
가볍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우리는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AOC의 낌새가 이상하니까요.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AOC 본부 한복판에서 전투라니,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이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 크리쳐는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리히트, 공격하세요!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94
판정결과:실패
피해:23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3
총 40 마리의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들 중 13마리가 사라집니다.
별의 흡혈귀들은 마리아를 바라봅니다. 크리쳐들이 마리아를 향해 집중하는 순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누가봐도 그녀를 겨냥한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
비무장
기준치:45/22/9
굴림:48
판정결과:실패
피해:9
그것들이 날라오는 순간, 그녀가 눈동자를 굴려 크리쳐들의 움직임을 파악했습니다. 하나, 둘, 셋. 작은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했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24
빠르게 굴려가는 눈동자, 1년 동안 제대로 잡아본 적 없었지만 그럼에도 익숙했습니다. 크리쳐의 움직임과 거기를 계산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0.02초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무기에 대해 그 누구보다 익숙합니다.
27마리 중 24마리가 바스라집니다. 기괴한 소리는 우리 귀를 관통합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1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21
움직임은 가볍습니다. 크리쳐이기 때문일까요. 일반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보게 된 지금, 크리쳐를 처리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나머지 3마리는 손 쉽게 탄환에 관통되어 무너져버립니다.
마리아 콘스탄틴:AOC 건물에 크리쳐가? 아니, 그나저나 저거 크리쳐 맞는 거야?
리히트 니클라스:불안한 예감밖에 안 드는데.
그녀가 완전히 바스라지기 전인 크리쳐에게 다가갑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지능
기준치:99/49/19
굴림:70
판정결과:보통 성공
... 이거... 크리쳐가 아닌데...?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리히트 니클라스:크리쳐가 아니라고?
AOC는 또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건지.(이마를 짚으며)
마리아 콘스탄틴:크리쳐 라기엔 이상해. 무언가... 상급 크리쳐가 이렇게 바스라지던가.... (가만히 크리쳐를 바라보고.) 일단 다른 곳으로 옮기자.
우리 층이 이렇다는 건... 다른 층도 마찬가지라는 거야.
리히트 니클라스:그래. 서두르는게 좋겠군.(슬쩍 바스라진 잔해를 보고는)
20 층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명의 대원과 마주할 수 있었죠.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곳곳에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고 있는 듯 싶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대원들 역시 전투 중이겠군요.
부지성의 심해인 48 마리를 마주합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피해:12
겨낭했으나,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탄환들이 벗어납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97
판정결과:실패
피해:13
그녀 역시 비슷하네요.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45/22/9
굴림:70
판정결과:실패
피해:6
쟤네도 비슷합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9
심호흡, 조준하기 전 숨을 참아야 합니다. 그래야 떨리지 않고 반동이 심하지 않으니, 눈은 빠르고 계산 또한 익숙한 만큼 차분히, 빠르게 이어갑니다. 하나... 둘... 셋!
탕!!!
발포 된 탄환이 휘러가며 그것들을 공격합니다.
48마리 중 19마리를 처리했습니다. 총 29마리 남았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89
판정결과:실패
피해:13
시야가 흐릿합니다. 어째서인지 몸이 지친 것인지. 아니, 지칠 수 있던가요? 그녀는 지금 크리쳐입니다!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45/22/9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5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심해인은, 마리아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흉측한 물갈퀴가 크게 휘둘러지는 순간, 그녀의 등에 할켜진 자국이 남겨집니다.
무지성의 심해인:
건강
기준치:50/25/10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기절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진 않네요.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85
판정결과:실패
피해:22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4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7
맞은 곳은 쓰라리지만, 그럼에도 총을 고쳐 잡습니다. 떨리는 손이 진정되는 순간, 탁! 장전이 끝나고 계산이 끝난 탄환들은 그대로 그것들을 향해 날라갑니다.
29마리 중 17마리를 처리합니다. 총 12마리가 남습니다.
무지성의 심해인:
비무장
기준치:45/22/9
굴림:48
판정결과:실패
피해:7
그녀는 향한 공격들이 하나같이 힘없이 사라집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12
더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죽어도 다시 되살아난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 되살아 나는 것은 위험하잖아요. 당신은 빠르게 총을 고쳐잡고 그것들을 겨낭합니다.
하나...
둘...
셋!
타탕, 탕!
쏘아진 탄환에 그것들은 관통 당해 바닥에 쓰러집니다.
마리아 콘스탄틴:(등에 있는 상처를 보고는.) 리히트, 괜찮아?
리히트 니클라스:나보다는 네가 더 문제지. 많이 다친건가?
마리아 콘스탄틴:할퀸 거 뿐이라서... 크게 문제는 없어.
대원들의 시체를 살펴보자, 처참한 상태임을,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우리와 같은 힘을 가진 것이 아니니까요.
마리아 콘스탄틴:크리쳐처럼 지성은 없지만, 크리쳐보다 강해... 도대체 이런 것들이 어쩌다 나타난거지?
리히트 니클라스:그것도 본부 한복판에 나타나다니 이상한데.
마리아 콘스탄틴:(가만히 대원들을 바라보다가 탄환을 수급한다.) 일단 살펴보자. 최대한.. 전투는 피하는걸로. (그 중 반을 너에게 준다.)
리히트 니클라스:(탄환을 받아들고는) 내가 물러졌나 보군. 쓸데없는 감상이 들다니. 안전을 우선으로 나아가지.
29
지나가던 중,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섭니다.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 이게 원인이었던 걸까요?
리히트 니클라스: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85
판정결과:실패
1만큼의 이성을 잃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무언가... 흐름이 느껴집니다. 어디론가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있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허... 도대체... 얘네는 뭘 하고 다닌 거야?
리히트 니클라스:저게 대체 뭐지? 뭔가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마리아 콘스탄틴:그래? 그렇다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나...
위화감이 듭니다. 당신이 흐름을 찾아 움직여,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진의 글씨는 전부 거꾸로 적혀 있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정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마리아 콘스탄틴:왜 그래? 뭐 발견했어?
리히트 니클라스:이 진의 글씨 전부 거꾸로 되어있는 것 같지 않나?
당신의 말에 그녀가 진을 바라봅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교육
기준치:80/40/16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역주문이야, 불러 들이는 쪽이 아니라 쫓아내는 쪽에 가까운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마리아 콘스탄틴:알 수가 없어...
쫓아내는 쪽에 가까운 역주문이라면... 그렇다면 우리가 본 것들은 누가 불러낸 거라 할 수 있잖아.
리히트 니클라스: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그것들이 나타난 후에 만들었다기엔 너무 준비성이 좋지 않나?
마리아 콘스탄틴: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겠지. 일부로 소환해냈고, 이 주문 또한 미리 준비한 게 되는 거야.
몇몇 구역을 흔히 말하는 안전지대로 만들어 놓은 걸지도 모르겠어.
리히트 니클라스:상부의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군.
마리아 콘스탄틴:애초에 이해 됐음 우리가 죽지도 않았을 거야.
다른 층으로 가보자.
리히트 니클라스:그래. 이동하지.
리히트 니클라스: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다시 한 번 무언가의 흐름을 느낍니다. 새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는 거 같긴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인 거 같으니 다음 층으로 이동하죠.
21 층
낯선 상관이 우리 둘의 앞을 가로 막습니다.
말을 더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여기에 인질들이 있을 겁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속닥.) 어떻게 할래?
리히트 니클라스:(작은 목소리로) 물론 돌파밖에 없지.
마리아 콘스탄틴:그러면... 잠입하는 방법으로? 지금 싸우면 눈에 띌 거야.
리히트 니클라스:그래. 최대한 충돌을 피하고 잠입해 보지.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전투를 피하기 위해 해당 층에서 벗어납니다. 대신 한층 위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내려가는 거죠.
익숙합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미 인간처럼 날아다니는며 잔입하는 것보단 훨씬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요.
리히트 니클라스:
기준치:70/35/14
굴림:3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창문이 열려있네요!
다행히 21층 안으로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해야 할 것은... 인질을 찾는 게 되려나요.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을테고요.
그나저나 여기... 아까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요?
구석구석에 주문의 흔적이 보입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C층과 진의 중심부에 사용된 것은 기이한 아티팩트로 추정됩니다. 아니, 아티팩트 일것입니다.
자세한 내용물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분명 상식적인 물건이 아니었죠. 여기에도 진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특별한 무언가가 중심에 있지 않을까요?
이 곳의 대력적인 구조도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2104호 사무실입니다.원래는 상관의 !D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요.
마리아 콘스탄틴:들어갈까?
리히트 니클라스:당연히.
라이플을 놉게 들고 깨부숩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잇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 쓰러진 사람들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히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이게... 뭐....
리히트 니클라스:하... 내가 과거 몸담았던 곳이 알고보니 사이한 집단이었나 보군.
이제 당신은 무얼 하나요.
리히트 니클라스:구출할 수는 없나? 섣불리 빼내도 괜찮은 건가?
마리아 콘스탄틴: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저들을 빼내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겠어.
방법은 두가지지 주문진을 지우거나, 사람들을 끌어낸다던가...
리히트 니클라스:주문진을 지우고 빼내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마리아 콘스탄틴:그렇다면 내가 지울게. 네가 사람들 빼와줘.
할 수 있지? (옅게 웃고.) 파트너.
리히트 니클라스:(피식 웃고는) 당연하지. 누구 파트너인데.
당신의 대답을 들은 그녀가 진 한 가운대로 향합니다. 허벅지에 있던 작은 나이프를 꺼내 손바닥을 그어, 뚝뚝 떨어지는 혈향이 코 끝을 멤돕니다.
하나... 둘... 떨어지는 핏방울에 진이 서서히 지워지기 시작합니다.
어서, 이들을 구해야 합니다!
진이 제 움직임을 못하게 되자, 당신은 사람들을 하나 둘 빼내옵니다. 그때였을까요. 마지막으로 빼낸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최강의 인류: 어째서 여기까지 온 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진이 지워지고 에너미가 하나 둘 방에 찾아옵니다만, 전투 태세를 갖추는 순간, 그리고 그 사람이 외치는 순간.
우리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이건...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 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봤을 때 사무실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아습니다.
지원군이 온건가 싶은 작은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당신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가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만...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21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갖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눈동자로 크게 떨리는 손을 당신에게 뻗습니다. 그녀가...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리히트 니클라스:...마리아.(마리아를 붙잡고는 살핍니다) 너, 너.... (이내 벽에 기대게 해주고는 소장과 대원을 향해 총구를 겨눕니다)
그때였습니다.
당신이 붙잡으려는 그때,
소장이 옆에 있던 대원의 라이플을 들고 그녀의 머리를...
탄환은 머리를 관통하며 반동에 옆으로 크게 휘청이며 그녀가 넘어집니다.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형오입니다.
모든 게 순식간이었습니다. 총구를 대원과 소장에 겨누려는 틈, 그 사이에 발포 된 탄환이 그대로 그녀에게 관통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숨이 끊여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대원에게 넘긴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 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하나요?
리히트 니클라스:소장 너 이자식,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는 건가?(총을 겨누며)
(인간... 과연 자신이 인간을 향해 총을 발포할 수 있을까.)
그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행동합니다. 당신 말을 걸자 크게 겁먹은 기색을 보일 뿐....
마이크로 웨이브: 먹잇감을 문 사냥감을 잡는 게 당연한 일이잖습니까.
전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진 않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너는 마리아를 향해 직접 라이플을 쐈지. 똑같이 머리를 뚫어 줄까?
하!
마이크로 웨이브: 어차피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리히트 니클라스:잊고 있나 본데 라이플은 나에게도 있어.
마리아를 크리쳐로 만든 건 네놈들이잖아?
그녀는 인류다. 최강의 인류.
마이크로 웨이브: 정확히 말씀하셔야합니다. 저희가 크리쳐로 만든 건 당신이지 저자가 아닙니다.
번외적으로 태어난, 존재하면 안되는, 계획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만...
어차피 다시 되살아날테고 겨우 한번 죽었을 뿐인데 날리치지마세요.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리히트 니클라스:허. 어차피 다시 되살아난다? 되살아나면 상대가 고통을 느끼든 말든 죽여도 된다는 뜻이군. 당신에게 우리는 한낱 파리 목숨이라는 거지?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내가 죽더라도 네놈은 저승길에 동행시켜 주지.
당신을 바라보던 소장은 이내 뒤를 돌아 이 방을 나갑니다.
소장이 떠난 뒤 그녀의 시체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을까요. 의식을 되찾은 사람 중 하나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에보니 그린 입니다.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 같네요.
리히트 니클라스:...에보니 그린. 그동안 당신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딜봐도 전부 이상하다. 소장의 반응도.
머뭇거리던 에보니가 입을 열어 대답합니다.
에보니 그린: 여러분이 떠날 무렵, 많은 크리쳐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습니다.
AOC가 저지른 크리쳐 실험의 자세한 내막이 암암리에 밝혀졌거든요. 저 역시 제 파트너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 동료들과 함께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했습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요...
한순이었어요, 순식간에 습격당해서 눈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더라고요.
그리고나서 여러분들이 온 겁니다...
리히트 니클라스:자신들의 치부를 죽여서 인멸하겠다 이거군. 처음부터 말이 통할 상대는 아니었다는 거겠지. 크리쳐 실험을 할 정도로 제정신이 나간 놈들이니까.
나말고도 실험을 당한 인원이 상당히 많았나 본데. 이 인수를 실험해 놓고 용케 숨기고 잇었군.
에보니 그린: 저희도 몰랐습니다. 그런 이야기 아무도 해주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대원들은 그저 남들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최전선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리히트 니클라스:쉽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는 사안이긴 하지.
탈영을 시도하다가 잡힌건 여기 갇힌 인원이 전부인가?
에보니 그린: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리히트 니클라스:총 몇명이 피험체였는지는 모르겠다만... 무사히 도주한 거라면 좋겠는데.
도대체 왜 소장은 이런 일을 준비한 걸까요.
도무지 알 틈이 없습니다.
그때 작게 눈치를 보던 에보니가 입을 엽니다.
에보니 그린: ...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요.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죠.
존재만으로 안전지대만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죠.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예요.
에보니 그린: 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요. 아마도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우릴 방패로 쓰려는 게 아닐까요?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요.
진상을 알아버린 저희를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죠. 이대로 여기 갇혀 있으면 마력을 전부 빼앗겨서 죽어버릴 거예요.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단순히 그것만을 위해, 이리도 처참하게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흐르고 있음에도 그녀는 꺠어나지 못합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 없이 느립니다.
아까 그녀가 죽을 떄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1년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려집니다. 어쩌면 그녀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 상태로 끝이 난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일어나선 안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이 상황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 이런, 어덯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미고: 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미고: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미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곧 당신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 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차가운 물체를 손바닥에 쥐면,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용도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인기척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내려앉을 때, 희미한 온기가 손에서 느껴집니다.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이 들어올려졌을 때, 비로서야 당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리히트...?
리히트 니클라스:마리아...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마리아를 살핀다) 너, 한참을 깨어나지 못해서...
마리아 콘스탄틴:... 내가? (자신의 몸을 더듬거린다. 상처는 전부 회복했는데.) 얼마나 걸렸는데?
리히트 니클라스:글쎄, 마치 며칠은 지난 것만 같은 기분이다. (마른 웃음을 짓고는)너는 이런 감정을 매 순간 느껴왔겠지.
마리아 콘스탄틴:(상체를 살짝 세우고.) 비슷하지만...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 (네 뺨 위에 손을 얹어 살살 쓰다듬어준다.) 괜찮아, 리히트. 나 살아있잖아.
리히트 니클라스:...하. 하하... 그렇지. 넌 살아있지. 불안감을 느끼다니 나답지 않아. 아무래도 그 짧은 평화가 나를 약하게 만든 거겠지.
마리아 콘스탄틴:...느낀 적이 없는 감정은 원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법이래. 평화가 널 약하게 한 게 아니라, 네가 인간으로 완전히 돌아왔다는 뜻일수도 있어.
그러니, 파트너. 내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어?
리히트 니클라스:에보니 그린과 미고라 불리는 자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들었다. 인간을 멸망시킬 신이 다가오고 있고, 그 데드라인은 오늘 밤 자정. 그것을 막기 위해 마력을 바칠 제물로 여기에 가둔 것이겠지.
마고에게서 이런 걸 받았는데.(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보여 주며)
마리아 콘스탄틴:이게 뭐람... (가만히 네가 보여준 것을 바라본다. 열쇠를 발견하고.) 이걸로 철책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줬다면 최대한 활용해 봐야겠네.
리히트 니클라스:뭐라도 시도해 볼 수밖에.
(철창으로 다가가서 살핀다)
철책 주변에 작은 열쇠 구멍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벽 아래에요. 거기에 열쇠를 넣고 돌린다면, 철책이 다시 위로 올라가 나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리히트 니클라스:(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힐끗 살핀다.) 움직일 수 있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의 옆으로 다가오네요.
마리아 콘스탄틴: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두 층 뿐이야. 여기가 함정이었다면, 아까 봤던 그 층에는 무언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어.
리히트 니클라스:아까 그 이상한게 놓여있던 그곳.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었지.
(열쇠를 사용해본다)
철컥, 열쇠 사용과 함께 철책이 위로 올라갑니다.
구출된 대원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겠다며 먼저 출발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향해야 할 곳은...
마리아 콘스탄틴:29층.
그녀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보면 분명 살아있음에도, 회복이 더뎠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금,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녀가 그저 걱정될지도 모르겠죠.
마리아 콘스탄틴:준비 됐어? 파트너.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어떤 마음과 결심으로 나아가나요.
리히트 니클라스:준비 됐어. 마리아, 혹시 모르니 좀 더 조심하는 게 좋겠군. 신중하게 나아가지. 그리고, 나보다 네 몸을 우선으로 하도록 약속할 수 잇나?
마리아 콘스탄틴:(말뚱.) 아하하, 리히트. 못 본 사이에 내가 많이 걱정됐나봐 (주먹을 쥐고, 네 가슴팍에 톡.) 걱정마, 적어도 너 혼자 두고 죽진 않아.
29층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어있었죠.
수차례 괴물과의 마찰, 그럼에도 우리는 무사히 이곳으로 올라왔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72
판정결과:실패
마리아 콘스탄틴: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발견.
마리아 콘스탄틴:...이거 엄청난데?
리히트 니클라스:뭔가 발견했나?
마리아 콘스탄틴:흔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아공간 같은 곳이 있어.
들어가봐야겠지?
리히트 니클라스:그렇겠지. 동시에 들어가도록 하지.
새파란 수정구슬이 살짝 빛납니다.
리히트 2 만큼의 마력을 소모합니다.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SAN Roll
기준치:69/34/13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간신히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마리아 콘스탄틴:성경에 나올 법한 곳이네...
리히트 니클라스:이러니 정말 멸망이 가깝다는 게 실감되는군.\
마리아 콘스탄틴:확실히 그렇네.
리히트 니클라스:여기에서 무언가 찾을 수 있을까. 헛웃음 나오는 생각만 드는군.
그래도 아예 못 찾는 것 보단 낫지 않겠어?
그 한마디가 주변에 울려퍼집니다.
마리아 콘스탄틴:일단 찾아보자.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그러다보면 길이 보이겠지.
리히트 니클라스:그래.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서로 자료로 추정되는 것을 꺼내보았습니다. 펼쳐진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하. 그 화라는 것, 이미 부른 것 같다.
마리아 콘스탄틴:그러게... 도대체 어쩌자고 이런 곳을 만든 건지.
도서관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넣고 있습니다.
???: 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이 공간, 방주는 언제부터 준비된 거지?
방주의 관리자: 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리히트 니클라스:어른이라고는 당신밖에 보이지 않는군. 이 방주를 준비한 인간들이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려 하지 않았았을 리가 없을 텐데.
방주의 관리자: 각 분야 권위자들의 아이들입니다.
학문, 예술, 정치 등,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를 선별해서 실어두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겠죠. 이 방주에 누구를 실을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썩어버린 정치인들조차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제 목숨을 포기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허, 의외긴 하나 권력자의 아이들이라는 점에서는 헛웃음이 나오는군 그래. 그럼 이 아이들과 함께 방주에 있는 당신은 누구지?
방주의 관리자: 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방주의 관리자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방주의 관리자: 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 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마리아 콘스탄틴:허.... 결국 고위층들의 자녀들만 여기에 있다는 말 아니야?
방주의 관리자: "추가 전송된 메시지가 32건 있습니다."
"169건 있습니다."
"429건 있습니다. 일괄 확인 요청."
이 말이 끝나자, 우리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어나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합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SAN Roll
기준치:69/34/13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방주의 주인: 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이미지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마리아 콘스탄틴:리히트, 넌 무엇을 하고 싶어?
리히트 니클라스:(푸른 수정을 마리아의 손에 쥐어준다)
넌 여기 남아.
마리아 콘스탄틴:리히트, 난 여기에 남지 않을 거야.
(손에 쥐어주었던 수정을 다시 네 손에 쥐어준다.) 네가 그때, 내 곁을 떠나지 않은 것처럼... 나도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난 아직 크리쳐야. 아무리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할지라도, 과연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걸. 그러니 이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기엔 나는 너무 위험한 요소야.
리히트 니클라스: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이 아이들을 지킬 누군가가 필요하겠지. 너라면 인간으로 돌아올 거다. 소생 확률이 있는 네가 남는게 나아.
네가 살아있다면 그걸로 족할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마리아 콘스탄틴:그렇다면 난 어떨 거 같은데? (그떄와 달리 그녀는 차분했다.) 내 파트너가 내가 없는 곳에서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그런 걸 상상하면서 기다리는 건 이제 싫어.
리히트 니클라스: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일. 내가 쉽게 죽어줄 것 같나?(오만한 표정으로) 잘 살아있다고 믿어. 그렇게 상상해.
마리아 콘스탄틴:(옅게 웃고.) 그럴 수 있겠지만, 이제는 싫은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기다리는 것만큼 나한테 지옥은 없어, 리히트.
리히트, 나의 파트너, 나의 친구, 나의 영웅아. 이제는 너와 헤어지는 것도 겁이 나. 두고 죽을수도 두고 갈수록 혼자 나아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
그러니, 리히트.
함께 나아가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비록 그 끝의 좋은 결말이 아니더라 해도, 너와 함께라면 난, 다시한번 뛰어내릴 자신 있어.
리히트 니클라스:전에 나에게 고집이 세다고 말했었지. 그 말 그대로 돌려주겠어.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끼리 파트너가 되었군 그래.
내가 기껏 걱정이라는 걸 해주고 있는데도 말이야.
나는 네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나보다도 더. 내 수많은 죽음을 겪고도 버텨낸 게 너인데 너에게도 무서운 게 있군?
내가 여기서 네 말을 들으면 나는 분명 후회할 거다. 너는 나에게 후회하라고 말하는 건데.
마리아 콘스탄틴:그럼, 그때 말을 들었음 좀 좋아? 그대로 갚으라면서. 난 네 말대로 하고 있을 뿐이야. 네가 걱정해준다는 건... 솔직히 기뻐.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기쁨 하나만으로 널 두고 방주에 탐승할 이유가 될 수 없어.
인격체이며 감정을 갖고 있다면, 그 누구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그리고 후회하면 어때, 인간은 후회로부터 발전하고 성장해. 그리고 나아갈 힘을 얻어.
네가 인간이고, 결심했다면 (너에게 손을 내민다.) 너의 파트너인 내가 그 결심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어?
리히트 니클라스:(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빤히 응시하다가) 내가 져주는 건 과거에도 앞으로의 미래에도 너밖에 없을 거다. 고집 하고는. 내가 하게 될 이번 후회로부터는 성장할 수 없을 텐데도 그 손을 잡으라고.
내가 이대로 널 여기에 남겨 두고 떠나도 너라면 날 따라 방주를 빠져나오겠지.
그렇게 네가 위험에 처하는 꼴을 보는 것보다야 파트너로서 옆에 두고 감시하는 게 낫겠군.(손을 잡는다)
내가 졌다.
그리 오래 고민할 필요 없었습니다. 맞잡은 두 손이 떨어지는 일은 존재하지 않을테니까요.
우리의 결정을 바라본 방주의 주인일 말합니다.
방주의 주인: 리히트, 마리아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떄,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어떤 말이 들려오든,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이겠죠.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밝게 빛납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눈동자는 방주의 주인을 바라보다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리히트.
나아갈 준비가 되었나요?
리히트 니클라스:그럼에도 나아가야지.
내가 멈춰서는 일 따위 존재하지 않아. 사지일지라도.
의지가 굳은 우리들을 바라본 방주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나아갑시다.
비록, 그곳이 사지일지라도.
방주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합니다. 방주에 타지 못한 새로 태어날 생명들을 위해.
우리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에보니와 그 파트너, 나타샤 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에보니: 저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마리아 콘스탄틴:(헬기 사다리를 잡는다.) 그렇다는데? 할 수 있겠어? (너에게 손을 내민다.)
분명 쉽지 않겠지. 나는 몇번이고 죽고 되살아날 거야. 그 순간이 길지 짧을지 아무도 모를테고.
그럼에도 나아가기로 했다면 우리는 여전히 최강의 인류일 거야.
내밀어진 손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습니다. 모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녀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리히트 니클라스:(손을 붙잡고 사다리에 오른다)
우리는 최강의 인류지. 언제나처럼 그럴 거다.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지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이네요.
리히트 니클라스:
SAN Roll
기준치:69/34/13
굴림:98
판정결과:실패
2 만큼의 이성 피해를 봅니다.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그녀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가자.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우리는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 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우리는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21
울부짖는 무지성의 신은 우리들을 바라봅니다. 마주 본 그것은 거대한 몸집을 움직입니다.
3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1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19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4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1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6
당신에게 향하는 거대한 몸집은 그대로 당신을 찍어누르려 합니다. 그때 당신을 밀치는 존재가 있었으니, 당연하게도 마리아였습니다.
표정에 두려움 따위 없었습니다. 그것을 마주하고서 짓눌리고 그 몸집이 사라졌을 때, 바닥에 박혀있던 그녀가 일어납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듯한 그것은 부르르, 몸을 떠는 듯 했습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72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13
총합 34의 피해량을 넣었습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80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15
이제 손이 떨리지 않습니다. 앞에 있는 것을 쓰러트려야 우리의 온전한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당신의 두뇌는 빠르게 움직입니다.
하나 둘 셋.
찾았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30/15/6
굴림:74
판정결과:실패
그것은 공격을 뿌리치려 했지만, 휘어진 탄환의 경로를 보지 못한 듯 탄환은 그대로 그것에게 파고 듭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19
되살아난지 2초, 탄환이 나아가 경로를 계산하는 것은 불과 0.04초, 전보다 느릴지언정 정확도는 그 누구보다 똑바랐습니다. 방아쇠를 당기자,
탕!
탄환이 나아갑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30/15/6
굴림:62
판정결과:실패
4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8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78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3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2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19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3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5
쿵!
내려 앉는 듯한 소리에 몸이 휘청이기를 한번, 그것의 다시 한번 공격을 이어갑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민첩
기준치:99/49/19
굴림:71
판정결과:보통 성공
마리아 콘스탄틴:
민첩
기준치:99/49/19
굴림:76
판정결과:보통 성공
옆으로, 그것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움직임이 아무리 빠르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그것의 거대함을 이기기엔 무리였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린 그녀가 당신의 뒷덜미를 잡은 채 좀 더 먼 곳으로 던져버립니다.
그것에 공격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그녀는 비틀거리며 다시한번 일어섭니다.
마리아 콘스탄틴:걱정말고, 앞만 봐.
리히트 니클라스:어떻게 걱정을 안해! 너를 우선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마리아 콘스탄틴:그럼 널 죽게 냅두리? 난 크리쳐야. 그리고 봤잖아. 빨리 살아나는 거. 걱정마. 아까도 말했지만... 널 두고 안 죽어.
리히트 니클라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70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21
아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30/15/6
굴림:71
판정결과:실패
걱정되는 마음, 이 일을 빨리 끝내겠다는 다짐 하나, 당신은 총구를 다시한버 그것에게 겨눕니다. 방아쇠를 당겨 발포한다면, 탄환은 다시한번 휘어 그것에게 꽂힙니다.
기괴한 소리가 귀를 한가득 메웁니다. 당신은 그리 느꼈습니다.
왈칵,
옆에 붉은 선혈이 튀어왔습니다. 붉은 선혈...?
고개를 돌려보면, 마리아의 상태가 급격히 좋아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과 인간일 수 없게 된 것, 분명 그녀를 포함한 크리쳐가 되어버린 인간들을 겨냥해서 한 울부짖음이 틀림 없습니다.
그 순간, 거대한 몸이 다시한번 당신을 공격합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68
판정결과:보통 성공
정신차린 당신은 다시한번 총을 바로 잡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정의를 수호하나요?
글쎄요, 확실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당신보다 정의를 수호하는 자는 없을 겁니다.
마리아 콘스탄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80/40/16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6
아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30/15/6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를 울컥, 토해내는 그녀가 총을 잡아 겨눠봤음에도, 총알은 닿지 않습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공격
기준치:100/50/20
굴림:74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13
비틀거리는 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검은 촉수가 내려와, 그녀를 내리칩니다.
쾅!
굉음이 울려퍼집니다.
벌써 5번은 넘긴 것 같은 소생, 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어섰음에도 그녀의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그녀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테죠.
그러나 당신 역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이미 부러진 다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탄환은 전부 떨어졌으니까요.
이렇게 끝입니다.
패배를 직감한 순간, 그녀를 내리치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꼐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에보니가 고개를 내밉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3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나타샤가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미지
리히트 니클라스:인류. 사람들을 위해 내 한 몸을 바쳤다. 그건 지금까지 변하지 않아.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테고 난 그것을 후회할 일 따위 없겠지.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의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이미지
리히트 니클라스:당연하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니까.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이미지
리히트 니클라스:인류를 지킬 수만 있다면 대가를 치르겠어.
이미지
리히트 니클라스:처음부터 그런 건 기대한 적 없었어.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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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트 니클라스:소중한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감내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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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트 니클라스:내가 원하는 전부를 구해버리는 강하고 안전한 힘.
철컥,
수정이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이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미지
바늘을, 힘을 받아드리시겠습니까?
리히트 니클라스:마리아. 나의 파트너. 내가 이성을 잃는다면 이번에도 네가 날 끝내 주겠지. 그러니 난 안심할 수 있어. 너는 내 선택에 화를 내겠지만... 알지 않나. 내 고집은 무척 강하다는 걸. 난 끝까지 영웅으로 남겠어. 네가 날 영웅으로 보는 한.
바늘을 받아들이겠어.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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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당신의 공격 차례입니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든 게 명확합니다. 단 한번 공격으로 그것을 없앨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엔 당신 역시 사라질 수 있겠죠.
세계의 존재하면 안되는 힘을 빌려 쓴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선택했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겠노라,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준비 되었습니까?
세계가 당신을 주목합니다.
리히트 니클라스:나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부서지더라도 바라던 바.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130/65/26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24
탄환은 탕! 소리와 함께 발포 됩니다. 앞에는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존재에게 날라가는 탄환, 그럼에도 당신은 확신합니다.
이길 수 있다고.
미래를 만들겠노라.
아자토스의 찌꺼기:
회피
기준치:30/15/6
굴림:64
판정결과:실패
24의 피해량을 그대로 받습니다.
그것이 속삭입니다. 더이상 총으로는 해낼 수 없을 거라고,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입니다.
손에 힘을 쥐세요.
직접, 그 손으로 저것을 물리치세요.
세계가 당신을 주목합니다.
리히트 니클라스:
근력
기준치:150/75/30
굴림:2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313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당신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마리아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당신은 그녀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당신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그녀가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리히트 니클라스:역시 너를 방주에 두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넌 내가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나쁘지 않아. 마지막을 지켜 주는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파트너라는 건, 꽤나 기꺼울지도 모르겠어. 인간이란 모순적이지. 마지막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함께라 기쁘다는 건. 참 바보같은 생각이야.
나는 끝까지 너의 영웅으로 남았나? 그랬다면, 기쁠 것 같군.
너는 평범하고 안전하게 언뜻 보면 무료할지도 모르는 그런 삶을 살길 바란다.
뚝뚝... 무언가 얼굴에 닿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숙여졌던 고개를 힘겹게 들어보면.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보입니다.
큰 상처로 인해서인지 팔을 타고 당신을 붙잡은 손 끝에는 검붉은 선혈이 내려옵니다. 놓치지 않겠다는 그 일말의 집념으로 당신을 붙잡고 있습니다.
말을 하면 힘이 빠질까봐, 그저 아랫입술을 꾹 꺠물채로.
그럼에도 당신은 흩어집니다. 천천히 바스라지는 몸은 재가 되어 휘날리고 있겠죠.
그래요.
소멸입니다.
당신은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그녀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의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 될 거예요.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마리아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당신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그녀는 낯선 모습입니다.
그녀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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